90세 '노부부 산타' 2억 기부…"구세군 좋은 일에  써달라"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에 역대 최고액인 1억1000만원짜리 수표가 나온 데 이어 90세 노부부가 익명으로 2억원을 구세군에 기탁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구세군(사령관 박만희)은 “20일 낮 12시쯤 90세 노부부가 구세군을 방문해 각각 1억원짜리 수표 2장(사진)을 기부했다”며 “2009년 12월23일에도 ‘구세군이 하는 좋은 일에 써 달라’며 각각 5000만원씩 1억원을 기부했던 이들 부부가 이날 2억원을 내놓으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돕는데 써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세군은 “노부부는 (기부 사실을)아무도 모르게 해달라면서 ‘진짜로 오늘밤엔 다리를 쭉 펴고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고 전했다.

구세군 관계자는 “할아버지는 키 170㎝에 재킷차림의 후덕한 인상을 지닌 분인데 오른쪽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두 분 모두 연세에 비해 건강해 보였다”며 “마치 큰 숙제라도 한 것처럼 홀가분한 표정으로 나가셨다”고 설명했다.

박만희 사령관은 “후원자님의 뜻대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복지 향상과 장애 청소년들의 자활 지원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어렵고 힘든 계절에 큰 사랑을 전해주는 자선냄비의 모든 후원자님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60대 노신사가 서울 명동의 자선냄비에 1억1000만원짜리 수표를 익명으로 후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구세군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자선냄비 모금액은 31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 증가했다. 개인과 기업들의 기부가 잇따른 결과다.

금융감독원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등 21개 금융기관은 21일 광화문의 대형 자선냄비 앞에서 ‘아름다운 나눔’ 전달식을 갖고 5억여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나눔은 빈곤층과 이들을 돌보는 복지시설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재래시장에서 지원 물품을 구매해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 6일 3억원을 자선냄비에 후원했고 우리은행, 국민은행, 롯데홈쇼핑, 드리미, 휘슬러코리아 등도 성금과 물품을 후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