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며 눈물 짜는 남편…호르몬 치료 필요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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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갱년기증후군
중년남성 10명중 4명 갱년기증후군…성욕감퇴·만성피로에 여성화 경향
발기부전치료제 증상 개선 어려워…호르몬 보충·운동·식이요법 병행을
중년남성 10명중 4명 갱년기증후군…성욕감퇴·만성피로에 여성화 경향
발기부전치료제 증상 개선 어려워…호르몬 보충·운동·식이요법 병행을
금융회사에 다니는 천모씨(52·경기 수원시). 계속되는 야근에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을 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성기능도 예전 같지 않다. 한 달에 2~3회 가지던 아내와의 잠자리도 지난 몇 달간 아예 건너뛰었다. 부부관계에 대한 흥미를 잃은 데다 성기능 자체가 약해진 탓이다.
무기력감을 자주 느끼기 시작했고, 평소 200m 정도 나가던 골프 드라이버샷도 지난 가을부터는 20~30m 정도 줄었다. 천씨는 “뭘 못 먹어서 기력이 떨어지나”라는 생각에 병원에서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성기능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중에 나온 각종 건강기능식품도 먹어봤지만 체력은 계속 약해졌다. 그는 결국 비뇨기과를 찾아가 상담하고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검사를 받은 결과, ‘남성갱년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슬며시 찾아오는 중년 남성의 적
여성이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면서 갱년기 증상(폐경증후군)을 겪듯, 남성도 40대 후반~50대에 접어들면서 체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줄어 갱년기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전후부터 해마다 남성 몸 안에서 0.8~1.3%씩 줄어든다. 70대 이상 노인은 30대 이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가장 왕성한 오전 9~11시 사이에 피를 뽑아 호르몬수치를 검사해 3.5ng/㎖ 미만이면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여성은 누구나 예외 없이 폐경을 겪고 갱년기 증상을 느끼는 것과 달리, 남성은 50~70대의 30~50% 정도가 남성갱년기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폐경 이후 급속도로 진행하는 여성갱년기와 달리 남성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된다. 모든 남성이 반드시 겪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다. 근력이 떨어지고, 우울감, 피로, 안면홍조, 골다공증 등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면서 체모도 줄어든다. 성격이나 행동이 여성스러워지는 경향도 흔히 보인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거들떠보지 않던 애완동물을 끌어안고 이야기를 건다’ 등이 대표적인 행동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잘 듣지 않아
남성갱년기증후군에 의한 성기능 장애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부족으로 성적인 관심과 흥분 자체가 사라져 나타난다. 통상 남성의 음경 내에서 발기를 방해하는 효소 작용이 있고, 이런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발기부전치료제다. 전문의들은 남성갱년기증후군의 경우 발기부전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남성갱년기증후군 환자의 무기력함과 우울감은 일반적인 만성피로(피로감)나 정신과적인 우울증(우울감)과도 헛갈리기 쉽다. 정신과적인 우울증은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며 하루종일 우울함을 느끼는 반면 남성갱년기증후군의 우울감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과거에는 웃고 넘어가던 일에 ‘갑자기 예민하게’ 반응한다.
남성갱년기증후군의 피로감은 체내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므로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없어도 나타난다. 이에 비해 만성피로는 과중한 업무량, 스트레스, 육체 피로를 일으키는 다른 질환 등 피로를 가져오는 외부 요인이 있다.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피로를 느끼는 사람은 힘들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만성피로 환자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갱년기증후군과 다른 질병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남성의학 전문의들은 만성피로·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30%가량은 남성갱년기증후군을 함께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 호르몬 보충하세요”
치료법으로는 남성호르몬보충요법이 우선이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주사요법을 비롯해 경구용 제제, 패치, 바르는 젤 등 가장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 치료할 수 있다”며 “가장 많이 선택하는 주사요법은 1회 시술 시 12주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갱년기를 이겨내고 활기찬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병원 시술 외에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고지방식과 과식을 피하고 균형 있는 식단을 생활화해야 한다. 등푸른 생선을 자주 섭취하고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풍부한 잡곡·건과류·과일·채소 등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해소와 혈액순환 증진을 위해 소량의 알코올 섭취는 권할 만하지만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1주일에 30분씩 3회 이상의 등산이나 조깅 등의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정기적으로 혈중 테스토스테론을 검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특히 “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화방지 전문클리닉인 AG클리닉의 권용욱 원장은 “비뇨기과는 성병에 걸렸거나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만 드나드는 곳이라는 선입견도 병원 문턱을 높게 여기게 되는 이유”라며 “남성갱년기증후군은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등 간단한 처방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의심된다면 바로 병원을 찾을 것”을 권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권용욱 AG클리닉 원장(대한항노화학회 회장)
무기력감을 자주 느끼기 시작했고, 평소 200m 정도 나가던 골프 드라이버샷도 지난 가을부터는 20~30m 정도 줄었다. 천씨는 “뭘 못 먹어서 기력이 떨어지나”라는 생각에 병원에서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성기능은 나아지지 않았다. 시중에 나온 각종 건강기능식품도 먹어봤지만 체력은 계속 약해졌다. 그는 결국 비뇨기과를 찾아가 상담하고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검사를 받은 결과, ‘남성갱년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슬며시 찾아오는 중년 남성의 적
여성이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중단되면서 갱년기 증상(폐경증후군)을 겪듯, 남성도 40대 후반~50대에 접어들면서 체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줄어 갱년기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전후부터 해마다 남성 몸 안에서 0.8~1.3%씩 줄어든다. 70대 이상 노인은 30대 이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가장 왕성한 오전 9~11시 사이에 피를 뽑아 호르몬수치를 검사해 3.5ng/㎖ 미만이면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여성은 누구나 예외 없이 폐경을 겪고 갱년기 증상을 느끼는 것과 달리, 남성은 50~70대의 30~50% 정도가 남성갱년기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폐경 이후 급속도로 진행하는 여성갱년기와 달리 남성갱년기는 서서히 진행된다. 모든 남성이 반드시 겪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다. 근력이 떨어지고, 우울감, 피로, 안면홍조, 골다공증 등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면서 체모도 줄어든다. 성격이나 행동이 여성스러워지는 경향도 흔히 보인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거들떠보지 않던 애완동물을 끌어안고 이야기를 건다’ 등이 대표적인 행동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잘 듣지 않아
남성갱년기증후군에 의한 성기능 장애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부족으로 성적인 관심과 흥분 자체가 사라져 나타난다. 통상 남성의 음경 내에서 발기를 방해하는 효소 작용이 있고, 이런 작용을 억제하는 것이 발기부전치료제다. 전문의들은 남성갱년기증후군의 경우 발기부전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남성갱년기증후군 환자의 무기력함과 우울감은 일반적인 만성피로(피로감)나 정신과적인 우울증(우울감)과도 헛갈리기 쉽다. 정신과적인 우울증은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며 하루종일 우울함을 느끼는 반면 남성갱년기증후군의 우울감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과거에는 웃고 넘어가던 일에 ‘갑자기 예민하게’ 반응한다.
남성갱년기증후군의 피로감은 체내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므로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없어도 나타난다. 이에 비해 만성피로는 과중한 업무량, 스트레스, 육체 피로를 일으키는 다른 질환 등 피로를 가져오는 외부 요인이 있다.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피로를 느끼는 사람은 힘들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만성피로 환자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갱년기증후군과 다른 질병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남성의학 전문의들은 만성피로·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30%가량은 남성갱년기증후군을 함께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 호르몬 보충하세요”
치료법으로는 남성호르몬보충요법이 우선이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주사요법을 비롯해 경구용 제제, 패치, 바르는 젤 등 가장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 치료할 수 있다”며 “가장 많이 선택하는 주사요법은 1회 시술 시 12주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갱년기를 이겨내고 활기찬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병원 시술 외에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고지방식과 과식을 피하고 균형 있는 식단을 생활화해야 한다. 등푸른 생선을 자주 섭취하고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풍부한 잡곡·건과류·과일·채소 등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해소와 혈액순환 증진을 위해 소량의 알코올 섭취는 권할 만하지만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1주일에 30분씩 3회 이상의 등산이나 조깅 등의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정기적으로 혈중 테스토스테론을 검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의들은 특히 “성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화방지 전문클리닉인 AG클리닉의 권용욱 원장은 “비뇨기과는 성병에 걸렸거나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사람만 드나드는 곳이라는 선입견도 병원 문턱을 높게 여기게 되는 이유”라며 “남성갱년기증후군은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는 등 간단한 처방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의심된다면 바로 병원을 찾을 것”을 권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권용욱 AG클리닉 원장(대한항노화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