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건너 술자리…고관절은 '빨간 불'
연말이 되면서 여기저기 송년 모임도 많고 술 마실 기회도 많다. 분위기에 취해 한 잔씩 하다 보면 말 그대로 술이 ‘술술’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다량의 알코올 섭취가 다양한 질환을 야기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고관절(엉덩이뼈)에도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은 골반과 허벅다리 뼈를 잇는 엉덩이 관절이다. 걷기·앉기 등 하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부위지만 고관절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고관절에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 보행 등 일상적인 모든 활동이 어려워진다.

얼마 전 특별한 병력이 없었던 김모씨(35)가 스스로 걷지 못할 만큼 심각해진 상태로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판정을 받았다. 고관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특별히 외상을 입거나 골절 병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김씨는 직업 특성상 1주일에 3~4일 이상 술자리를 가지는 직장인이었다.

요즘 인기 있는 ‘나는 가수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김경호 역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고관절수술을 했다는 스토리가 보도된 바 있다. 고관절 질환은 나이와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고관절 질환의 70%를 차지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외부 충격, 과도한 스테로이드제 사용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말 그대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뼈가 썩는 현상으로, 아직까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단을 받은 환자의 30%가 ‘잦은 술자리’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적이 있다. 주로 30~40대의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엉덩이 부위의 통증 말고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에 진단 받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괴사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엑스레이 검사나 MRI검사 등을 통해 질환을 발견한다. 뼈 조직의 괴사가 시작된 뒤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대체로 대퇴골이 골절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보다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을 검토해야 한다.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이란 손상된 고관절을 인체에 무해한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통증을 없애고 일상생활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전에는 고관절수술 이후 적지 않은 기간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근육과 힘줄을 보존하는 ‘최소절개 수술법’을 통해 재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기존 15~20㎝였던 절개 부위를 8~10㎝로 절반 이상 줄여, 근육이 보존되면서 수술 후에도 관절을 단단히 지지해주는 등 탈구율을 크게 줄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관절 수술법이 발달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과한 음주를 피하고 고관절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 술자리보다 건강한 송년회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건강이 가장 큰 행복이다.

송상호 < 웰튼병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