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지난 15일 한국전력에서 날아온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지서에는 내달 1일부터 전력피크요금 업체로 선정돼 전기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안내문이 첨부돼 있었다.

A사장은 “지난 5일부터 적용된 산업용 전기료 인상분 6.6%(계절요인 감안시 겨울철 8.6%)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피크요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해서 당황스럽다”며 “한 해 늘어나는 전기료만 1억원에 달하는데 당장 내년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피크요금 확대는 전기료 인상

21일 지식경제부와 한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전기 사용이 집중되는 피크시간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전력피크요금제가 확대 시행된다.

적용 대상은 ‘1000㎾(전력사용 기준) 이상 사용하는 1만3000개 업체’에서 ‘300㎾ 이상 사용하는 11만1000개 업체’로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피크시간 전기요금 부과액도 크게 오른다. 겨울철 피크시간대(오전 10~12시, 오후 5~8시, 오후 10~11시) 전기요금(산업용 을·고압A·선택2 기준)은 ㎾h당 108원에서 139원으로 28.7% 높아진다.

◆중소기업 반발

기본요금 인상과 피크요금 상승분까지 합치면 24시간 공장을 돌리는 업체의 월 전기료는 지난달 대비 16.6% 오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피크요금제 적용이 전기료 인상이나 다름없다고 중소기업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올 들어서만 8월과 12월 두 번에 걸쳐 기본 요금이 오른 데다 내년부터는 예상치 못했던 전력피크요금제 적용까지 받는 등 ‘전기요금 폭탄’을 떠안아야 할 처지다.

주택용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린 정부 대책이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아 국가 전체의 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주물업체 사장은 “전력피크 시간대를 피하려면 가동률을 60~70%까지 낮춰야 하는데 가동률 하락으로 줄어드는 수익은 누가 보상해줄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피크제 확대 시행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그는 “며칠 전 업계 연말모임에 나갔더니 10여명 사장 중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1월 전기료 고지서가 나오면 업계 반발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절전 단속 꼬리 내린 정부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집중 단속을 벌여온 피크시간대 10% 의무절전 정책도 중소기업에 추가적인 경영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가 ‘차라리 과태료를 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정부는 이날 한발짝 물러나 24시간 연속 공정업체나 설비 증설업체에 한해 절전 의무를 예외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단속이 시작된 지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 스스로 탁상행정의 폐해를 인정한 셈”이라며 “정부 정책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