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레포르마(개혁이란 뜻의 스페인어)’의 닻을 올렸다. 영국 BBC방송은 쿠바 은행들이 1959년 사회주의혁명 이후 금지됐던 개인대출을 20일(현지시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개인사업자를 양성해 국가가 담당했던 영역 중 일부를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의도다.

BBC는 개인사업자는 최소 125달러를 빌릴 수 있다고 전했다. 농민들의 최소 대출액(40달러)보다 3배 이상 많다. 쿠바 정부는 전체 공무원 510만명 중 20%인 100만명을 감원할 계획인데, 이들을 실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수가 늘어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들이 담당했던 회계 관리, 건물 도색, 벽돌 제조, 야채 판매 등 178개 분야를 개인사업자에게 개방했다.

쿠바의 개혁은 52년간 쿠바를 통치했던 피델 카스트로(85)가 지난 4월 물러나고 그의 동생 라울(80)이 공산당 제1서기 자리에 오르며 본격화됐다. 라울은 지난 10월 개인의 차량 매매를, 지난달에는 주택 매매를 각각 허용하며 사유재산권을 일부 인정했다.

라울은 “경제개혁이 사회주의 노선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쿠바가 중국처럼 단계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해 사회주의 색채를 지워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거티후(個體戶·개인사업자)를 대거 양산해 국유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경제 구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쿠바가 개인사업자를 늘리기 위해 대출 규제를 철폐한 것도 ‘중국식 자본주의 실험’의 신호탄이란 평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