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19일 오후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는 해외 채권시장에 ‘미끼’를 드리웠다. 7500만달러 규모 6개월물 중기채(MTN)와 1억달러 규모 1~3개월물 기업어음(CP)을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려 한다고 제시했다.

김 위원장 사망을 국제금융시장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 성격의 자금 조달 시도였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금리를 많이 얹어줘야만 거래가 이뤄질 것이었다.

‘입질’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6개월물 중기채는 평소보다 10bp(1bp=0.01%포인트), 1~3개월물 기업어음은 평소보다 5bp를 얹어주면 채권을 사겠다는 연락이 왔다. 미국 금융회사였다. 거래는 비교적 쉽게 이뤄졌다. 이날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한때 15bp까지 높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양호한 조건이었다.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은 “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면 20~30bp 확 뛰어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5bp는 일반 협상에서도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는 수준으로 북한 리스크가 영향이 작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19일 1억달러가량의 3, 6개월짜리 차환용 자금을 외국 시장에서 빌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 때문에 추가 금리를 얹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며 “종전과 거의 비슷한 금리에 돈을 빌렸다”고 했다.

SC금융지주와 농협 등도 19~20일 사이 일부 자금을 조달했지만 리스크 프리미엄을 붙인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