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美·中, 김정은 체제 '연착륙' 유도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김정은 체제를 모두 인정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발빠른 조치로 평가된다. 북한을 일단 연착륙시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고 지도부가 총동원돼서 발빠르게 나섰다. ‘김정은의 영도’라는 말을 넣은 조전을 지난 19일 보낸 데 이어 중국 최고 지도부 9명이 모두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에 직접 들러 조문을 마쳤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시진핑 부주석등이 지난 20일 조문한 데 이어 21일에는 원자바오 총리와 자칭린 정치협상회의 주석, 리커창 상무부총리, 허궈창 저우융캉 정치국 상무위원 등이 단체로 조의를 표시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 일본 러시아 외교부 장관과 가진 통화에서 북한 정부의 안정에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북한의 안정화로 현상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김정은이 최고 영도인으로 취임할 예정인데 지금 조선 국내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권의 평온한 이양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로서도 안정적인 한반도 관리가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새 지도부를 인정하고 빨리 안착시킬 유화적인 제스처와 노력이 필요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19일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지도부 전환을 바란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같은 날 미국과 북한은 뉴욕 채널을 통해 실무접촉을 가졌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된 기술적 논의를 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미국과 북한 간에 이뤄진 당국 간 첫 공식 접촉이어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북·미 3차 대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점검한 자리로도 보이지만 사실상 하루 만에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 것으로 읽힌다. 눌런드 대변인은 북한 새 지도부에 “평화의 길로 향하는 선택을 하기 희망한다”고 촉구한 클린턴 장관의 언급에 대해서도 “새 정권에 미국의 기대와 희망의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뉴욕 채널로 미국과 접촉한 것은 김정은 체제로의 성공적 전환에 대한 자신감을 외교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안정되고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후계 체제를 인정받고 향후 식량 등의 지원을 받아내려는 포석인 셈이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3개월의 애도기간을 거친 뒤 북·미 제네바 합의서에 사인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