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사망장소  열차? 관저·집무실 배제 못해
[北 김정은 체제] 사망장소  열차? 관저·집무실 배제 못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달리는 야전열차가 아닌 대기 중인 열차에서 숨졌다는 국가정보원의 분석에 대해 야당이 21일 “장난질을 치고 있다”고 공세를 펴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사망 시간을 놓고도 17일이 아닌 16일설이 나오고 있다.

◆사망 장소는

우선 사망 장소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사망했다는 게 북한의 발표 내용이다. 그렇지만 평양 용성역에서 대기 중이던 열차 안에서 숨졌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김 위원장이 열차에 탔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이날 “국정원이 과거의 행태대로 엄중한 상황에서 또 정보를 만지고 있다”며 “국정원에 김정일 특별열차가 평양에 멈춰 있었다는 발언에 대한 증거자료를 정보위 차원에서 요구했는데 답변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은 처음에는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더니 오늘은 보안사항이라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 국정원의 분석에 대해 “최종 확인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했다. 그는 “북한 내 체제가 취약하고 남북관계가 조심스런 상황에서 북측 발표를 정면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정확한 사실을 우리 정부 내부적으론 알고 있어야 하지만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대기 중인 열차에서 사망했다’는 의문제기에 대해 “김 위원장은 복수의 특별 전용열차를 갖고 있다”며 “용성역에 대기 중이던 열차가 아닌 다른 열차를 타고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위부원 출신 탈북자는 “김 위원장이 어떤 특별열차를 이용하는지는 극소수만 알 수 있다”며 “용성역에 정차 중인 열차에 김 위원장이 타고 있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서 있는 열차에서 사망했다는 국정원의 주장에 대해 열차가 움직였다는 국방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혼선을 불렀다. 이에 국방부는 이날 “군과 정보당국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며 “김 위원장 사망 당시 전용열차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부랴 부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관저 사망설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마지막 동선은 지난 15일 평양 대형마트 방문이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후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이동이 보고되지 않은 만큼 평양 관저나 집무실에서 휴식하다 쇼크로 사망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일성 사망을 ‘집무 중 순직’이라고 미화했던 과거 사례를 들어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서도 ‘달리는 열차 내 순직’으로 조작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망 날짜는

사망 날짜도 지난 17일이 아니라 16일이라는 소문부터 김 위원장이 두 달 전에 이미 쿠데타로 사망했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일부 탈북자단체는 “김 위원장의 사망 시점은 17일이 아닌 16일로, 북한당국이 체제동요를 우려해 발표시간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16일 사망설에 대해 “첩보 수준의 보고는 받았지만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 고 말했다.

2008년 김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됐을 땐 훈련된 대리인이 북한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