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소형차 연비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전선은 가솔린 차량과 친환경차량 양쪽으로 나뉘었다. 스즈키 다이하쓰 등 경차 위주의 제조업체들은 저연비 가솔린 엔진의 생산량을 대폭 늘려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요타 혼다 등 대형 메이커들은 내년부터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V)’를 본격적으로 내놓고 소형차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스즈키는 저연비 가솔린 엔진을 증산하기 위해 시즈오카(靜岡)현에 있는 공장에 생산라인을 늘린다. 현재 10만대 수준인 생산능력을 내년에 40만대로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60억엔(900억원)을 투자한다.

스즈키가 양산키로 한 엔진의 연비는 ℓ당 30.2㎞로 가솔린 차량 중 최고 수준이다. 스즈키는 이 엔진을 주력 경차모델인 ‘알토에코’에 우선 탑재하고 점차 적용 범위를 넓혀 전체 경차 판매량의 3분의 2를 저연비 엔진차량으로 채울 방침이다. 차량 종류에 따라 연비는 조금씩 다르지만 ‘ℓ당 30㎞’라는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차체 경량화와 설계 변경 등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스즈키와 함께 일본 경차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다이하쓰도 저연비 엔진 생산을 늘리고 있다. 후쿠오카(福岡)현에서만 만들던 엔진을 사가(佐賀)현의 공장에서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저연비 엔진 탑재 차량도 주력 차종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이하쓰 관계자는 “전체 판매 대수에서 저연비 엔진 탑재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내년부터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소형차 업체들의 연비 경쟁은 친환경 차량이 촉발했다.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속속 등장하면서 가솔린 엔진 차량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이달 말 내놓을 예정인 소형 하이브리드카 ‘아쿠아’는 연비가 ℓ당 40㎞에 달한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가정에서 충전 가능한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가세한다.

니혼게이자이는 “경차 업체들이 앞다퉈 저연비 경쟁에 돌입하면서 핵심부품의 생산단가도 떨어지고 있다”며 “가솔린 경차의 판매가격 하락으로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