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체제] 이영호·이용무 軍장악…우동측도 급부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을 떠받칠 측근 세력이 일련의 장례 과정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0일 김정은과 함께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된 김 위원장을 참배한 인물이나 장의위원회 명단을 살펴보면 앞으로 북한을 끌고 갈 핵심 지도층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영호 군 총참모장(국방위 부위원장 겸임)은 김정은의 왼쪽 바로 옆에 서서 함께 조의를 표했다. 오른쪽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섰다. 김정은 뒤편엔 후계 과정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모부 장성택(노동당 행정부장 겸임), 오극렬·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이 도열했다.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김정은의 최고 후원자 그룹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강석주 내각 부총리,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최태복 양형섭 박도춘 비서 등 북한 정권 핵심 실세 30여명이 참배에 참석했다. 이영호(4번) 김영춘(5번) 이용무(13번) 등은 장의위원 명단 상위에 올라 군 핵심임을 말해준다.

장의위원 232명을 살펴보면 김일성 주석의 사람부터 김정일, 김정은, 장성택 계열 사람들까지 비교적 골고루 포진해 있다. 때문에 이들 간에 권력투쟁이 언제든지 벌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 최영림 총리,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 등은 김 주석 때부터 권력 핵심으로 활약해왔다. 장의위의 주류는 김 위원장의 후계 시절에 실세로 부상해 김정일 정권을 이끈 인물들이다. 김영춘 부장, 강석주 부총리,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 홍인범 평북도당 책임비서 등 80여명에 이른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급부상한 실세로는 국가안전보위부의 우동측 1부부장과 김창섭 정치국장,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우동측과 김창섭은 실질적으로 김정은의 측근으로, 가장 먼저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김정은의 이복형제 김정남 세력을 제거하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김 위원장 비밀파티의 고정 멤버에 포함돼 고급 승용차와 가전제품 등을 선물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평소 강경 보수 발언으로 김 위원장 부자의 신임을 얻었고, 측근 비밀파티에서 직접 상장계급장과 임명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의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영호 군 총참모장은 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최용해 김영일 김양건 김평해 등 노동당 비서와 부장들,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등 당내 인사들 상당수가 장성택의 사람들로 분류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