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과 장례절차가 닮은꼴이어서 눈길을 끈다.

일단 병명이 같다. 북한은 1994년 7월8일 김 주석의 사망 원인을 ‘심장혈관의 동맥경화증으로 치료를 받다가 겹쌓이는 과로로 심근경색이 발생하고 심장쇼크가 합병됐다’고 발표했다. 17년 뒤인 지난 19일 발표한 김 위원장의 사인과 표현 방법만 조금 다를 뿐 같다.

‘정오 특별방송’이라는 형식으로 알린 것, 부검 후 ‘의학적 결론서’를 발표한 것, 외국 조문을 받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후계자들의 조의 모습도 판박이다. 1994년 7월10일 김 위원장은 짙은색 인민복을 입고 당시 실세였던 오진우 인민무력부장 등 당·군·정의 수뇌부를 대동하고 조의를 표했다. 그는 이들 앞에 혹은 한가운데 서면서 자신이 후계자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김정은도 20일 고모부인 장성택과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 실세들을 뒤에 세우고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주변국들의 반응도 유사하다. 김 주석 사망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대신해 북한 주민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번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짧게 유감을 표명한 것과 비슷하다. 후계구도에 대해서는 “평화적이고 안정된 지도부 전환을 원한다”며 간접적으로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김일성·김정일 사망 때 모두 최고지도자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덩샤오핑 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김 주석 사망 소식에 “전우이자 동지를 잃었다”며 애도했고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직접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을 찾아 김 위원장을 조문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애도기간이다. 김 주석 사망 때는 총 10일(7월8~17일)이었지만 이번엔 12월17일부터 29일까지로 3일이 더 길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