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신고를 누락한 채 거액의 달러를 가지고 해외로 출국하려다 공항 세관에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소속 H판사는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화 2만4000달러(2780만원)를 신고하지 않은 상태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다 엑스레이 검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해당 판사는 현장에서 공항 경비대 사무실로 이관돼 경위서를 작성한 후 인천지검에 송치됐으며, 입국 후 즉시 조사를 받는 조건으로 일단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법원 측은 전했다. H판사는 외국환관리법 미수범으로 입건된 상태다.

H판사는 “1만달러 이상을 소지했을 때 신고 절차나 신고 장소를 잘 몰라서 생긴 일로, 여권을 제출하는 곳에서 신고하려고 했다”며 “소지한 돈 용도는 미국에 거주하는 아내와 자녀 등 가족을 위한 생활비와 여행경비였다”며 달러 밀반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용도상 신고했다면 미국에 가지고 갈 수 있었던 상황이고 불순한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판사로서 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실수를 범한 것은 문제였고,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미화 기준 1만달러 이상을 반출입할 경우 관할 세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