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이슬람·英연방에 모두 속해…말레이시아, 경제네트워크 '사통팔달'
1960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올해 새로운 50년을 향한 첫해를 맞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지고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아직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국가에 속한다.

말레이시아는 연간 관광객 2400만명을 넘는 관광대국으로 에메랄드빛 블루 오션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인구는 2800만명으로 적은 편에 속하지만 국토 면적은 한국의 3.3배에 이른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156억달러가량이다. 말레이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비롯해 원유, 반도체 등의 수입이 많아 우리나라가 매년 30억달러 수준의 무역수지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8000달러 수준으로 1~2년 뒤면 1만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승용차, 가전제품 등 내구 소비재의 보급 확대와 소비 패턴의 고급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임금 수준이 높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산업보다는 TV, 반도체 등 전자제품이나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와 고부가가치 산업의 다국적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진출해 있다.

‘말레이시아, 진정한 아시아(Malaysia, Truly Asia)’와 ‘원 말레이시아(One Malaysia)’라는 두 가지 슬로건이 말레이시아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와 중국계, 인도계가 뒤섞여 독특한 색깔을 만들고 있는 ‘3색 문화 전시장’이다. 비즈니스 특성을 비롯해 말레이시아의 모든 것은 이런 다문화를 배경으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다종교 국가로서 아세안 10개국, 이슬람 57개국, 영연방 53개국에 속해 있다. 중국을 비롯한 화교 상권, 인도, 중동 등 다양한 경제권과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또 국가경쟁력이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국가 이미지 순위 등에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순위가 한국보다도 앞선다. 영어가 통용되고 정치 사회적으로 안정돼 있는 점,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밖에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원부자재 조달이 용이하다는 것 등이 말레이시아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말레이시아는 10차 말레이시아 계획과 신경제모델을 통해 2020년 1인당 국민소득 1만5000달러의 선진 공업국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가진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상호 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원자력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정보통신, 석유화학, 전기전자, 할랄산업, 한류 소비재 등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유망 분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에서 비즈니스 상담을 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 우선 지위나 배경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종교, 인종별로 음식문화가 다른 것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슬람은 돼지고기, 힌두교와 일부 불교에서는 쇠고기를 금하고 있기 때문에 식사 초대시에는 닭고기 요리가 무난하다. 이슬람은 술과 도박을 금하고 있다는 사실도 미리 알아둬야 한다. 가족 중심의 기업이 많고 거래 초기에는 소량 주문이 많지만, 일단 거래가 시작되면 장기 거래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특성 중 하나다. 비즈니스 진행 속도가 한국에 비해 상당히 느린 편이라서 바이어가 신속한 회신이 없다고 수입 의사가 없는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우량주의 나라 말레이시아, 지금이 블루 오션을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종호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