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자원 개발 넘어 '해양강국' 으로 갈 기회
세계는 지금 심각한 자원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 앞으로 20년간 30억명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는 신흥국 중산층 수요만으로도 1차 에너지 소비가 지금보다 40% 늘어날 전망이다.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도 일시적 현상에 그치기보다는 구조적 문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격 상승이 과거 오일쇼크처럼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호주 브라질 등 자원 부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자원민족주의’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은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개발 잠재력이 있는 해양자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의 10%만 탐사가 이뤄진 미지의 세계다.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비티아즈 해연(수심 1만1034m)에는 아직 인간의 발길이 닿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바다가 안고 있는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바다에 묻혀 있는 석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 1인 1조6000억배럴에 달한다. 구리 망간 니켈 코발트 등은 최대 1만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바다에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고체가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인류가 50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해저에 묻혀 있다.

해양자원 개발은 앞으로 범위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탐사 및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저 3000m가 넘는 심해 자원까지 개발할 수 있게 됐고 석유와 가스 외에 다양한 광물 자원에 대한 탐사도 진행 중이다. 기술 발달과 함께 해양자원 개발의 경제성도 높아졌다.

해양자원의 잠재력에 주목한 세계 각국은 1970년대부터 자국 연안 200해리 이내를 독점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지정하는 등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접국 간 충돌도 끊이지 않는다. 일본이 독도를 호시탐탐 넘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근처 해역에 있는 해저 광물자원이다.

해양자원 개발은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육상 건설 및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은 해양자원 개발 분야에서도 세계 일류로 올라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조선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해양자원 개발이 다소 위축된 것도 한국 기업에는 기회다. 한국 기업이 경영난에 빠진 해양자원 개발 전문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 단기간에 역량을 높일 수 있다.

장기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는 해양자원 개발의 특성상 정부 차원의 중·장기 전략도 필요하다. 정부는 에너지는 물론 광물 식량 등 해양자원 전반에 대해 구체적인 개발 전략을 세우고, 학계 및 산업계와 힘을 합쳐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정부는 자원민족주의의 위협을 극복하고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해양자원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이 좁은 국토의 한계를 벗어나 해양강국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ba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