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수요 늘어 합판가격 상승세
195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합판은 1964년 수출특화산업으로 지정되는 등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1970년대에는 합판산업이 생산과 수출에서 성장의 정점을 이뤘지만 1980년대에 들어 원가 상승과 저렴한 동남아 합판의 세계 시장 진출로 국내 합판 시장은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했다. 1980년대 90개가 넘던 업체도 이젠 5개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현재 국내 합판 시장은 국내산 외에 수입산 제품이 많이 들어오면서 완전 경쟁 상황으로 바뀌었다. 기술이나 품질보다는 가격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재료의 안정적인 공급과 저가 원료의 개발이 경쟁의 핵심 요소다.

외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로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야 했다. 목재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동남아 국가들이 저가 공세로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2010년 기준으로 국내 합판 시장은 수입산이 74%(말레이시아 35%, 그외 국가 39%), 국내산은 26%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작아지게 됐다.

올해 2월 지식경제부는 말레이시아산 합판에 대해 반덩핌 과세를 부과했다. 관세는 3년 동안 부과되며 관세 대상은 ` 합판 중 두께가 6㎜ 이상인 제품이다. 관세율은 5.12~38.10%로 업체별로 차등 적용되지만 평균적으로 9%가 적용된다. 관세 부과로 국산과 수입산의 가격 차이가 줄어 국내 합판 업체들의 수익성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수요 증가와 일본 지진에 따른 재건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글로벌 합판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국내 업체에는 긍정적이다. 재건에 있어 수요가 많은 제품 중 하나가 건설용 합판인데, 임시 가옥을 짓는 것에서부터 신규 건축물을 짓는 데는 다양한 합판 제품이 사용된다.

특히 일본은 주택의 70%를 지진에 강한 목조 주택으로 짓고 있지만, 목재 자급률은 25% 수준으로 낮아 목재 수요의 75%를 수입에 의존하는 목재 수입 대국 중 한 곳이다. 김지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번 지진으로 일본 주요 목재 업체 10곳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특히 그 중 6곳이 합판 제조공장으로, 일본 내 합판 생산량의 3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목재 생산시설의 복구가 완료되기까지 합판 수급의 차질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재건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합판을 많이 사용해 현재 한국에서는 수입 물량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말레이시아산 합판 가격은 30% 정도 인상됐다. 지식경제부의 관세 부과와 맞물려 수입산 제품의 가격 상승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국내산으로의 교체 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다.

친환경 추세에 따라 국내 합판시장에서도 친환경 고(高) 마진 제품의 개발과 생산시설 구축이 활발하다. 다양한 환경 이슈와 규제로 건축업체들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 연구원은 “친환경 제품은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시장 성장과 더불어 합판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