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 위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시가총액 순위도 연초 대비 급변했다.
올해 개장일인 1월 3일과 지난 22일 종가를 기준으로 상장사들의 시총을 비교해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주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 덩치를 더욱 불렸고 현대차그룹주들도 몸값을 끌어올려 시총 5위 안에 포진했다. 반면 국제 금융 시장 및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 금융주, 조선주, 화학주는 타격을 받은 모습이다.
코스닥시장 지형은 보다 격변했다. 시총 10위권에서는 연초와 비교해 절반이 얼굴이 바뀌었다. 기존 시총 상위주들의 성장이 부진했던 탓도 있지만 정치테마주, 바이오주들의 주가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시총 10위권 자리를 꿰찼다.
◆코스피, 삼성電·현대車 강세…금융·조선·화학株↓
대장주는 굳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급락장에서 60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12일 사상 최고가인 108만4000원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주가 상승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체 시총 비중도 올초 12.24%에서 14.74%로 늘어나 시총 1위의 자리를 더욱 굳혔다.
현대차그룹의 약진도 눈부시다. 연초만 해도 시총 2위의 자리를 놓고 포스코와 각축전을 벌이던 현대차는 명실상부한 2인자로 올라선 지 오래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도 연초 5위, 9위에서 각각 4위, 5위로 뛰어 시총 상위 5개 기업 중 3개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반면 유럽 재정 위기, 국제 경기 둔화 우려 등에 금융주, 조선주, 화학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연초 4위였던 현대중공업은 7위로 밀려났고 신한지주도 8위로 한계단 내려갔다. 연초 8위를 기록하던 KB금융은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12, 13위를 맴돌고 있다. LG화학과 삼성생명은 시총 순위는 유지했지만 주가 급락에 시총이 연초 대비 각각 4조 가량 감소했다.
이러한 시총 순위는 내년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현대차 그룹은 아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 판매 증가가 기대된다"며 "이들 기업은 내년에도 주가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조선, 금융업종은 내년에도 상대적으로 주가 수익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오 팀장은 "조선사업은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고 은행은 가계 대출 억제 등 정부의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주도주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도 "내년에 미국에서 3차 양적완화(QE3)에 나서고 유럽 재정 위기가 해결돼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다면 은행, 조선, 화학주가 상승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긍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파미셀이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품목 허가를 받으면서 바이오주들의 '질주' 분위기가 달궈졌다. 이후 신약 개발, 정부 지원 등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관련 주들의 주가가 날았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9월 식약청에 관절 연골 재생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것을 호재로 시총 10위권 안에서 안정적으로 진입했고 씨젠, 젬백스도 연초 31위, 59위에서 각각 15위, 16위로 뛰어올랐다.
그렇다면 이 '루키'들은 내년에도 시총 상위권을 점할 수 있을까.
강록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그동안 어떤 뉴스가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안 교수의 대선 불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안철수연구소는 현재 주가 수준을 유지하되 변동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안철수연구소는 원래 신제품 출시 등으로 올해부터 실적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기업 기초체력만 감안하면 5만원대가 적정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내년 안철수연구소가 매출액 1272억원, 영업이익 19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메디포스트는 카티스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고 젬백스는 췌장암 백신치료제 임상3상 종료, 씨젠은 분자진단 제품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 기대해볼 만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카티스템은 일반 판매약이 아니라 시술을 해야 하는 제품이다보니 메디포스트는 내년 하반기부터 의미있는 수준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 한해 시총 규모가 거의 반토막난 서울반도체에 대해 장우용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량을 넘겨줄 대형 계열사가 없다보니 TV 판매량 저조 등 경기 둔화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TV수요가 되살아나느냐를 지켜봐야 겠지만 내년 2분기부터는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