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실험성이 강한 20~40대 작가보다 옛 거장이나 원로 작가들이 강세를 보였다. 미술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작년보다 13% 감소한 809억원으로 3년째 1000억원을 밑돌았다. 국내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미술품 컬렉터들의 매수세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경매에 유입 자금 809억원

올 미술경매 낙찰률 72%…경기 침체에도 선방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 아이옥션, 옥션단, 마이아트옥션, 옥션아트뱅크 등 6개 경매업체가 올해 총 49회 실시한 경매(온라인 경매 포함)에서는 출품작 6773점 중 4858점이 팔려 낙찰률 72%(낙찰총액 809억원)를 기록했다.

서울옥션이 20차례 실시한 경매의 낙찰률은 평균 63%로 지난해(69%)보다 하락했고, 낙찰총액도 323억원으로 지난해(502억원)보다 30% 이상 줄었다. 옥션단(16억원)의 낙찰액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아이옥션(41억원)도 겨우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 K옥션만 지난해보다 28% 늘어난 216억원을 기록했다.

‘국민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이대원 천경자 등 ‘블루칩’ 작가들의 매기는 강세를 보인 반면 20~40대 작가들의 위세는 한풀 꺾이는 세대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해외 경매시장에서 인상파 및 근·현대 거장들의 검증된 ‘블루칩’ 작가 작품이 고가에 판매되는 추세가 국내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올해 국내 경매시장에서 10억원 이상에 낙찰된 작품은 6점. 작년(26점)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김환기의 ‘항아리와 매화’가 15억원에 팔려 올 국내 경매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서울옥션이 20~40대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커팅 엣지’ 경매에서는 출품작 45점 가운데 21점이 팔려 작년(68%)보다 낮은 47%의 낙찰률을 보였다. 고미술품으로는 지난 3월 마이아트옥션의 경매에서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청화운용문호가 18억원에 팔려 최고 낙찰가를 세웠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주식시장에서 최근 검증된 대형 우량주에 투자가 쏠리는 것처럼 미술 경매시장도 옛 거장이나 현대미술 대가들 위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엇갈리는 내년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국내 미술시장이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2013년부터 시행하는 미술품 양도세 부과에 따른 시장 조정 기간에 대해서는 약간씩 의견을 달리했다.

미술품 구입층 확대, 아트마케팅 확산 등의 호재와 미술품 양도세 부과, 유럽 금융위기, 북한 리스크, 세계경제 침체, 부동산시장 위축 등의 악재가 뒤섞이며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최근 2~3년간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인기 작가들의 작품에 ‘바닥 심리’가 작용해 가격이 소폭이나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국제 미술시장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우리 시장에도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며 “그림값이 크게 떨어진 유망 작가들의 작품에 선별적으로 투자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