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중국과 러시아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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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
유연한 사고·민주 시스템 필요
박해영 국제부 차장 bono@hankyung.com
유연한 사고·민주 시스템 필요
박해영 국제부 차장 bono@hankyung.com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이 ‘브릭스(BRICs)’란 용어를 만든 지 10년이 됐다. 그의 예언대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은 21세기 첫 10년 동안 신흥국의 급부상을 주도했다. 이 말이 진부하다 싶었는지 사람들은 신조어를 또 내놨다. 이번엔 ‘팀비스(TIMBIs)’다. 중국과 러시아를 빼고 터키 멕시코 인도네시아를 넣었다. 잭 골드스톤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이 용어를 소개했다. 중동의 새 맹주로 떠오른 터키, 풍부한 천연자원과 탄탄한 내수를 갖춘 멕시코와 인도네시아는 신흥국 진영을 대표할 차세대 주자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골드스톤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를 탈락시킨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양국 모두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빠르게 줄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비경제 요인인 경직된 정치체제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자유로운 사상과 신기술 도입을 가로막아 성장의 엔진이 식을 것이란 주장이다.
IBM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빈도에서 중국은 조사 대상 134개국 중 83위, 러시아는 98위로 처졌다. e비즈니스 수준에서 러시아는 70개국 중 59위로 최하위권이다. 기업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다. 규제와 감시로 옥죄는 사회에서 모험 정신과 창의적 사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와 중국은 재정투자나 자원개발로 돈을 벌던 단계를 넘어 이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골드스톤 교수의 걱정은 두 나라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일 게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들려오는 소식 중엔 갑갑한 것들이 많다. 베이징시는 지난 1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실명제로 바꿔버렸다. 인터넷 감시만 전담하는 경찰이 10만명에 이른다는 추정(니혼게이자이신문)도 있다.
언론 통제는 더 심해졌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는 ‘부정확한 보도’를 한 기자를 영구 퇴출하고 해당 언론사도 폐업시키는 내용을 담은 새 규정을 최근 발표했다. 정치 시스템은 요지부동이다. 규정상 지역인민대표는 10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예비후보로 나설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산당 독점이다. 무소속 후보가 설 땅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20일 내년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가장 먼저 마쳤다. 이달 초 총선에서의 부정선거 논란과 연이은 시위는 개의치 않는 듯하다. 임기 6년에 연임, 12년 집권이 가능하도록 헌법까지 바꿔놨다. 과거 8년간의 대통령 경력까지 보태면 20년이다. 최저 영하 9도가 예보된 이번 주말에도 모스크바에선 3만명이 부정선거 규탄대회를 연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를 이끌 성장엔진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경제규모는 세계 11위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경제 개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브릭스’든 ‘팀비스’든 신조어와 상관없이 두 나라는 이미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21세기 기업의 생산함수엔 노동과 자본만 있는 게 아니다. 고부가가치를 위해선 또 다른 변수 ‘플러스 α(알파)’가 필요하다. 이는 유연한 사고와 민주적인 사회 시스템에서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풀어야 할 과제다.
박해영 국제부 차장 bono@hankyung.com
골드스톤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를 탈락시킨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양국 모두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빠르게 줄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비경제 요인인 경직된 정치체제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자유로운 사상과 신기술 도입을 가로막아 성장의 엔진이 식을 것이란 주장이다.
IBM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사용하는 빈도에서 중국은 조사 대상 134개국 중 83위, 러시아는 98위로 처졌다. e비즈니스 수준에서 러시아는 70개국 중 59위로 최하위권이다. 기업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다. 규제와 감시로 옥죄는 사회에서 모험 정신과 창의적 사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러시아와 중국은 재정투자나 자원개발로 돈을 벌던 단계를 넘어 이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골드스톤 교수의 걱정은 두 나라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일 게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들려오는 소식 중엔 갑갑한 것들이 많다. 베이징시는 지난 1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실명제로 바꿔버렸다. 인터넷 감시만 전담하는 경찰이 10만명에 이른다는 추정(니혼게이자이신문)도 있다.
언론 통제는 더 심해졌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는 ‘부정확한 보도’를 한 기자를 영구 퇴출하고 해당 언론사도 폐업시키는 내용을 담은 새 규정을 최근 발표했다. 정치 시스템은 요지부동이다. 규정상 지역인민대표는 10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예비후보로 나설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산당 독점이다. 무소속 후보가 설 땅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20일 내년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을 가장 먼저 마쳤다. 이달 초 총선에서의 부정선거 논란과 연이은 시위는 개의치 않는 듯하다. 임기 6년에 연임, 12년 집권이 가능하도록 헌법까지 바꿔놨다. 과거 8년간의 대통령 경력까지 보태면 20년이다. 최저 영하 9도가 예보된 이번 주말에도 모스크바에선 3만명이 부정선거 규탄대회를 연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를 이끌 성장엔진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경제규모는 세계 11위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경제 개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브릭스’든 ‘팀비스’든 신조어와 상관없이 두 나라는 이미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21세기 기업의 생산함수엔 노동과 자본만 있는 게 아니다. 고부가가치를 위해선 또 다른 변수 ‘플러스 α(알파)’가 필요하다. 이는 유연한 사고와 민주적인 사회 시스템에서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풀어야 할 과제다.
박해영 국제부 차장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