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디자인 정책을 버린다고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임도원 랑엔탈/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스위스 디자인 관련 협회인 ‘인지니어스 스위처랜드’의 타니아 키부즈 프로젝트 매니저(PM)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같이 되물었다. “한국은 서울시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디자인 서울’을 폐기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서였다.
키부즈 PM은 지난 15일 스위스 베른 인근의 소도시 랑엔탈에서 열린 ‘2011 디자인 프라이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인지니어스 스위처랜드는 디자인, 건축,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해외 수출을 하는 스위스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설립됐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지만 법적 성격은 민간기구다.
디자인 프라이스의 미헬 휘터 책임큐레이터는 “한국, 일본 등 정부 주도로 디자인 정책을 펴 나가는 나라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시계공이었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1970년대 말부터 일본 등지의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스위스 시계산업은 위기를 맞았고, 그 바람에 나의 아버지가 직장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러나 스위스는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고급화 전략으로 시계산업에서 정상자리를 지켰다”며 “자원이 적고 인건비가 비싼 스위스는 다른 산업에서도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고, 앞으로 이 분야로 정부 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는 “중국 등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한국도 스위스와 비슷한 상황 아니냐”고 되물었다.
지난 여름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은 집중포화를 맞았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시의 각 부서에는 “디자인이란 단어를 가능한 한 빼라”는 지침도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천재지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서울시의 책임은 따져야 하지만, ‘디자인 서울’ 정책도 디자인에 강조점을 둔다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다.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은 취리히로 이동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연결된 철선에 트리를 연상케 하는 조명등이 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로 대거 설치돼 있었다. 플래시를 터뜨리며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이라면 “내실은 생각지 않고 외형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았을까.
임도원 랑엔탈/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