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한번에 1兆 규모 아파트용지 '베팅'
주택 전문 건설업체인 부영이 하루 만에 14개 필지, 1조원 규모의 아파트 용지를 사들였다. 부영은 건설업계 전반에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올해 2조5000억원어치의 공동택지를 확보, 주목받고 있다.

◆공동주택 용지 ‘싹쓸이’

22일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 21일 청약받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워터프론트콤플렉스 내 아파트 용지 6개 필지를 모두 매입했다.

이 회사는 6개 필지에 단독으로 응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이 확보한 필지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지거나 중소형 및 중대형 평형을 섞어서 지을 수 있는 부지다. 모두 4641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는 넓이로 금액으로는 5328억원에 이른다.

부영은 같은 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화성 향남2지구 아파트 용지 입찰에도 참여, 9개 필지 중 8개 필지를 받아갔다. 낙찰된 아파트 용지는 모두 부영이 단독으로 신청했다. 8개 필지 공급가격은 4413억원, 건립 가구 수는 7647가구다. 4535가구는 일반분양 아파트, 3112가구는 임대 아파트다. 모두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용지다.

LH 관계자는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 한 개 업체가 대규모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며 특정지역 아파트 용지를 싹쓸이 해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부영이 올 들어 공동주택 용지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저점으로 봤나

부영이 신도시나 주요 택지개발지구 등 전국적으로 올 한 해 동안 사들인 아파트 용지는 알려진 것만 2조4698억원어치에 달한다.

부영은 향남2지구의 8개 필지를 포함해 모두 22개 필지, 1조2968억원 규모의 LH 땅을 올해 매입했다. 지난 3월에는 전남개발공사가 내놓은 아파트 용지와 골프장 용지를 1670억원에 샀고, 6월에는 대한전선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내놓은 부산 신호지구 아파트 용지 23만㎡를 1500억원에 확보했다. 7월 들어선 충북개발공사가 내놓은 오창2지구 아파트 용지 6개 블록을 632억원에 매입했다. 지난 21일 경기도시공사의 동탄신도시 땅 5328억원어치를 일괄 매입했다.

한 대형건설사 개발담당 임원은 “기존 임대아파트를 분양으로 전환하면서 두둑한 현금을 확보한 부영이 현재 부동산 경기를 최저점으로 보고 전국 주요 택지개발지구에서 적극적으로 땅을 사들이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활황기에도 이처럼 공격적으로 땅을 매입한 업체가 없어 건설업계가 부영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영 관계자는 “주택전문 건설업체가 사업 부지인 아파트 용지를 사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공격적인 매입 배경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