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렸다. 기아자동차는 22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국내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레이 EV’를 출시했다. 지난달 내놓은 미니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레이에 50㎾ 모터와 16.4㎾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고속 전기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9월 시범 운행용으로 전기차 ‘블루온’을 선보인 지 1년2개월 만에 전기차 양산체제를 갖췄다. 28개월 동안 1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현대·기아차는 부품 모듈화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전기차를 일반 차량과 같은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은 “레이EV는 일반 차와 같은 생산라인에서 조립, 점검을 받을 수 있어 안정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자체 기술만으로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쟁차보다 주행거리 길어

전기車 양산시대 막 올랐다…기아차 '레이 EV' 출격
레이EV는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움직여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차량이다. 몸집으로 보면 2009년 일본 미쓰비시가 출시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아이미브(i-MiEV)’와 비교할 수 있다.

레이EV는 1회 충전으로 139㎞까지 주행할 수 있다. 아이미브보다 9㎞ 길다. 다만 에어컨, 히터를 사용하면 주행거리가 각각 20%, 39%가량 줄어든다. 최고속도는 시속 130㎞다.

충전시간은 급속 충전 때 25분, 완속 충전 때 6시간 걸린다. 경쟁 차종보다 1시간30분가량 충전시간을 단축시켰다. 배터리는 10년 동안 교체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GM의 쉐보레 ‘볼트’처럼 물을 사용해 배터리를 냉각하는 수냉식 대신 공기를 사용하는 공냉식을 채택한 점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레이EV는 레이 가솔린 모델과 크기 및 디자인이 같고 전고만 10㎜ 높다.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주행시 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공력개선 휠을 장착했고 차량 앞에 220V 전원으로 충전할 수 있는 완속 충전구와 운전석 뒤 주유구에 전용 급속 충전 포트를 달았다.

전기모터로 구동돼 정숙성이 뛰어나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일부러 엔진소음을 내는 장치를 적용했을 정도다. 정지상태부터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15.9초로 가솔린 모델보다 빠르다. 전기차 전용 계기판에는 배터리 잔량, 충전상태가 표시되고 내비게이션은 주행 가능영역과 가까운 충전소의 위치를 알려준다.

10년 타야 가솔린보다 경제성 있어

문제는 가격이다. 레이EV는 4500만~5000만원 선이다. 배터리 가격이 절반을 차지한다. 지식경제부는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기아차 레이에는 최대 554만원, 르노삼성차 SM3 ZE에는 최대 420만원의 세제 지원을 각각 해주기로 했다. 세금지원과 보조금을 받으면 공공기관은 2200만~2700만원에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아차 측은 보고 있다.

그래도 가솔린 모델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2200만원에 레이EV를 구입하면 10년 이상 주행해야 경제성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아차 관계자는 “레이EV를 한 번 충전하는 데 드는 비용은 860원으로 2000원이면 292㎞를 주행할 수 있다”며 “가솔린 모델을 운행했을 때보다 연간 105만원, 5년간 525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낮은 경제성을 고려해 내년 레이EV를 2500대 생산해 정부와 공공기관에 우선 보급하고 민간 보급 시기를 정할 계획이다.

이기상 현대차 환경차시스템개발실장은 “아직 일반에 공급하거나 수출할 계획은 없다”며 “2014년엔 쏘울급 전기차를, 2015년엔 아반떼급 전기차를 개발하고 향후 배터리 가격인하와 인프라 구축 시기를 본 후 일반에 본격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