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상황 관리 전략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김정일은 김정은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고, 현 시점에서 변화의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북한 군부에 특이한 동향이 포착되지 않는다”며 “권력이양이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물론 미국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김정은이 권력을 몇 %나 장악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게 백악관이나 국무부의 여전한 진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하루 만인 지난 19일 뉴욕채널로 북한과 첫 접촉을 했다. 이어 클리퍼드 하트 북핵 6자회담 특사와 북한의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가 뉴욕채널이라고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국무부는 대북 식량 지원과 3차 북·미 고위급 대화 재개를 위한 협의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이 김정은 정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 식량 지원을 의제로 대화를 실시한 것은 새로운 정권도 태도에 따라서는 식량 등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된다. 대화채널을 유지함으로써 외교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이 사망한 다음날 평양에 외교공관을 둔 국가들의 미국 대사들에게 북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북한 내 정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점을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단절될 경우 대북 관계에 있어 중국에 완전히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발빠른 대북 교감과 영향력 확대를 의식해 북한에는 공개적 유화 제스처를, 중국에는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북핵 문제 등을 해결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