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우리를 이끄는 손
모두 불만도 많고 염려와 걱정도 많다.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말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폭증하고, 마음의 여유도 없고, 양심도 마비되고,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각박한 나라가 돼가는 것 같다고 한탄한다. 청년실업, 주택난, 노령 세대의 근심, 혼탁한 윤리, 빈부 격차, 끊이지 않는 부정과 부패의 소식, 무기력한 정치에 한시도 마음이 평안하지 못한 듯하다.

거기에 더해 김정일 사망 소식에 온 나라가 숨을 죽이고 북한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내일 아침에는, 아니 오늘 오후에라도 큼직한 뉴스 제목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는 않을까. 북쪽의 권력 투쟁, 내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해서 수많은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지는 않을까. 우리가 힘겹게 이뤄놓은 작은 안정과 평화마저도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모두 마음 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새삼스럽지 않다. 과거부터 그래 왔다. 우리는 늘 실망스러운 뉴스를 들으면서 언제 이 나라가 제대로 될까 하는 걱정 속에 살아왔다. 긴급조치 발동, 박정희 대통령 서거, 군사정권의 출현, 민주화운동, 김일성 사망, 외환위기 등 어느날 갑작스러운 사건에 온 나라가 앞날에 대한 염려로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많이 발전해 왔다. 우리가 어릴 때는 상상도 못했을 정도다. 사람들의 평등의식이 증대하고, 인권이 존중되고, 자유로운 사회가 되고, 공무원들이 놀라울 정도로 친절해지고, 국회의원들도 지역 주민을 정성껏 섬기고, 기업도 많이 투명해지고, 수출이 왕성하고, 우리나라 유사 이래로 겪어보지 못한 경제적인 부와 세계적인 위상을 누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날의 고난과 혼란, 그리고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비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지금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앞으로도 때때로 고통과 어려움은 있겠지만 우리가 자중하고 인내하면 결국은 모든 일이 잘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지금의 북한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북한 동포들도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인간다운 삶을 살고 경제적인 풍요를 누려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북한에 나눠주고 도와주기 위해 그동안 우리에게 많은 복이 내린 것이 아닐까. 우수하면서도 일자리가 없는 우리의 젊은 청년들, 길거리에 넘치는 변호사 의사 회계사 교육자와 그 외의 전문가들, 실력이 있으면서도 조기에 은퇴한 많은 유능한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큰 역할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하여 우리 다음 세대는 남북이 협력해 자랑스럽고 빛나는 우리나라의 황금시대를 열기를 꿈꿔 본다.

윤용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ysy@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