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여야 대표와 회동…50분 독대 무슨 밀담 나눴나
이명박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우리나라의 대북 정보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논란과 관련해 “우리 정보력이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고 22일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황우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김진표 원내대표 등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 가진 회담에서 정보관리 능력에 대한 지적에 이같이 밝혔다.

이날 1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에서 박 위원장은 “북한의 특성상 어려운 측면이 있겠지만 대화채널을 포함한 대북 정보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국민의 얘기가 있다.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대북 정보력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 사망을 북한 발표를 보고 알았고, 그전에 몰랐던 게 사실이지만 우리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몰랐다. 한·미 정부 간 정보 공유가 잘 이뤄지고 있다. 미국도 우리 정보가 유용하기 때문에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대표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개편과 교체를 거듭 요구한 데 대해선 “그 문제는 정부에 맡겨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대통령은 원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민간 조문단 파견을 요구한 데 대해선 “원칙이 훼손된다면 곤란하다”며 “야당의 뜻은 충분히 안다. 그런 점을 감안해 정부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대화가 이뤄졌다. 박 위원장과 황 원내대표가 유가 및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전하자 이 대통령은 “올해 서민 관련 유가 및 공공요금은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담이 끝난 뒤엔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50여분간 배석자 없이 별도의 티타임을 가졌다. 박 위원장이 지난 6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3개국을 방문한 뒤 특사활동 보고를 위해 회동한 지 6개월여 만의 독대다.

박 위원장은 “현 시국에 대해 많이 듣는 자리”였다고 언급했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의 공천 문제 등 당 현안에 대해 얘기가 오고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제가 당의 중책을 맡고 처음이라 잠시라도 티타임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이 대통령이) 일부러 신경을 쓰신 것 같다”며 사전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내년 정부의 예산안 심사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어서 예산에 대한 당정 협조 사항이 오고 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위원장은 대학 등록금 인하, 근로장려세제 강화, 비정규직 등 민생예산을 1조5000억원가량 더 늘리겠다는 입장이고, 청와대는 균형예산을 강조하고 있어 복지 예산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황영철 원내 대변인은 “‘회담 내용 중 밖으로 내놓지 못할 내용도 있었다’고 박 위원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차병석/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