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할 예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육로를 이용해 평양에 간다.

정부당국자는 22일 “이 여사 측과 현 회장 측이 모두 육로 방북을 희망해 오늘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로 북측에 전달했고 북측은 오후 3시30분께 이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알려왔다”고 밝혔다. 양측과 정부는 향후 일정과 조문단 규모, 구성을 놓고 협의 중이라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정부는 영결식 참석에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 방북에는 아들과 김대중 평화센터 실무자 일부가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 측은 당초 현 회장과 딸인 정지이 현대U&I 전무만 조문단에 포함하는 쪽을 고려했지만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과 김영현 관광사업본부장(전무) 등 일부 실무진도 함께 동행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 등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현대아산 고위 관계자는 “협의와 준비 등에 필요한 시간을 따져볼 때 이번주 말이나 장례식(28일)을 앞둔 내주 초쯤이 방북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들과 동행할 정부 실무진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한 이유로 동행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방북을 계기로 북측과 모종의 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현재 내부적으로 최소 3명 이상으로 구성된 실무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상주인 김정은이 조문온 이 여사와 현 회장을 접견할 때 대남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시 방문한 북한 고위급 조문단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바 있다. 정부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정부 실무단의 성격·직급을 상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위원장에 대한 노무현재단의 조의문은 이날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직접 전달됐다. 수신인은 북측 장의위원회다. 노무현재단은 300여자 분량의 조의문에서 “유가족과 북한 동포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김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한 10·4 남북정상선언을 통해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는 것이 고인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수영/장창민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