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남 장일남컬렉션 대표, 라틴 열정 옷에 담는 입체재단의 달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명장을 찾아서
장 대표는 지난 여름 인기를 모은 MBC TV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자신이 만든 댄스스포츠웨어를 협찬했다. 지난달 26~27일에는 한국에서 처음 열린 댄스스포츠 갈라쇼 ‘현대카드 슈퍼매치 12’에 장세진(21)·이해인 선수(20)가 장 대표의 옷을 입고 나갔다.
2000년 제2회 대한민국 의류기술기능경기대회에서 양장종목 대상을 받았고 2004년 의류기술진흥협회 심사장을 지냈다. 국내에서 최초로 댄스스포츠웨어 패션쇼를 연 것도 장 대표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9번 개최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명장 칭호를 받았다.
그는 ‘입체패턴’ 재단법의 달인이다. 국내에서 입체패턴을 구사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 재단법은 옷 주문자 신체사이즈에 맞는 마네킹 위에 옷감을 두르고 그 상태에서 모양을 잡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옷감을 평평한 책상 위에 놓고 밑그림을 그리는 ‘평면재단법’을 쓰는 것과 대비된다. 옷에 각이 생기기 쉬운 평면재단법과 달리 입체패턴은 부드러운 선을 연출할 수 있다.
장 대표가 이 기술을 구사한다는 소식은 20여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각계에 퍼져나갔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염정아, 모델 박영선 등이 줄줄이 찾아와 드레스를 주문했다.
이 기술 덕에 대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았다. 고액 연봉에 자동차·아파트까지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모두 거절했다. ‘잘 팔리는 옷’보다 ‘만들고 싶은 옷’에 인생을 걸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장 대표가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지금 경제적으로는 더 윤택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패션 열정이 지금까지 살아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장 대표는 “갈수록 생존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기가 힘들어지는 시대”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돈도 결국 행복을 위한 것”이라며 “돈을 위해 원하는 일을 포기해 불행해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존경쟁에 내몰린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도 남겼다. “목표를 한번 정하면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합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면 길은 다시 내 앞에 있습니다. 잠시 주춤하더라도 그걸 실패라고 생각하진 말아야 해요. 세상의 문을 세차게 두드리세요.”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