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공식 선언…정부 '유연한 대북정책'으로 간다
북한이 22일 김정은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혁명 위업의 계승자, 인민의 영도자’로 명시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의 영도는 주체의 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완성해 나갈 수 있는 결정적 담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유훈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당국이 국가의 정책과 비전 등 주요 국정 사안을 노동신문을 통해 제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설은 김정은 체제 출범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속속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여야 지도부와 가진 회동에서 “북한 사회가 안정되면 이후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 “우리 군(軍)도 낮은 수준의 경계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에 대한 위로 표시, 조문단의 제한적 허용, 전방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유보 등 여러 조치들을 통해 북한에 상징적으로 몇 가지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왔던 대북 기조에 변화를 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김정일은 김정은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고, 현 시점에서 변화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김정은을 직접 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원자바오 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이 주중 북한 대사관을 찾아 조문한 데 이어 류훙차이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김 위원장의 관 앞에 중국 당·정·군 명의의 화환을 헌화했다.

한반도 외교전선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대통령이 대북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한 것은 미국과 중국 등이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때맞춰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베이징을 급거 방문,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회동했다.

홍영식/차병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