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北과 협상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사진)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 미국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인내’이며 시도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권 교체’라고 말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뒤 북·미 제네바 북핵 협상을 타결시켰던 주역이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지난 2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김 위원장의 사망이 미국 행정부와 지도자들에겐 기회이자 잠재적인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지도자들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인내”라며 “누가 북한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지 섣불리 결론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통적으로 북한의 애도 기간이 1년인데다 김정은보다 나이와 경험이 많았던 김정일도 김 주석이 갖고 있던 지위를 완전히 차지할 때까지 1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북한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시도하거나 부추길 때라고 말해서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9일 (공화당 대선후보인) 미트 롬니의 정권 교체 주장은 북한이 협상을 검토하거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포기 또는 양보를 고민토록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바보짓”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그는 미국 지도부가 북핵 개발 중지 및 폐기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북한에 말할 것을 주문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어 “새로운 지도부로 이양하는 시기에 북한이 반드시 들어야 할 말도 미국 행정부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이 핵 기술을 다른 국가와 테러리스트 그룹에 이전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고, 그럴 경우엔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