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난 심화되는 변호사 업계에…"변호사 210명 동시에 뽑겠다" 는 사무소 등장
‘변호사 주가’가 날로 떨어지는 가운데 변호사 200여명을 한꺼번에 뽑겠다는 단체까지 나타났다. 기존 사법연수원 출신에 내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첫 졸업생까지 쏟아지면 변호사 인력이 넘쳐 흐를 전망이어서다. 법조계는 한 곳에서, 한꺼번에 200명씩 선발하겠다는 방침의 현실성 여부를 떠나 사상 초유의 ‘초대형 채용’ 계획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 충격을 받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익공유효용화연구소라는 이름의 한 단체가 지난주부터 대한변호사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총괄협의관 경력변호사’ 210명을 동시에 선발하겠다는 공고문을 게시하고 있다. 국익공유효용화연구소는 한 법률 관련 전문지에도 광고를 냈다.

공고문 등에 따르면 채용 대상 변호사들은 법조계 경력 3년 이상으로, 협력과 중재·규합·제안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제시된 월급은 대형 로펌의 절반 수준인 세전 700만원이다.

구직난 심화되는 변호사 업계에…"변호사 210명 동시에 뽑겠다" 는 사무소 등장
곽정복 대표(55·사진)는 서울 용산동2가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전국에 저축은행 부실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500여개가 되는데 여기에 변호사들을 투입해 자문과 처리업무 등을 맡게 하겠다”며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금융사들로부터 사업모델을 토대로 대출을 받아 인건비 등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거 채용계획의 배경에 대해서는 “옛날에는 변호사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포화이기 때문”이라며 “아직 문의가 많진 않은 데 다음달 설명회를 열고 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 대표는 자신을 경기도청에서 10년가량 근무한 공무원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이후 다양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연구소를 통해 가칭 ‘강남·북 소통 한강그린웨이 제안 추진안’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남산공원과 해방촌, 용산공원, 한강공원과 국립현충원을 연결하는 공원을 만들도록 정부에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변협 관계자는 “공고문 게시 과정에서 변협과 특별한 협의나 검증절차는 없었다”며 “통상 기업들이 한 자릿수로 뽑는 데 이런 모집공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채용의 현실성과 직무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이런 공고가 나왔다는 것 자체에 충격과 함께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분위기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심하게 말해 사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변호사가 한꺼번에 200여명을 뽑을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전례없던 변호사 구직난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쿨 졸업생 가운데서는 변호사 1500명이 새로 배출될 전망이지만 이 가운데 대형 로펌에서 채용을 확정한 인원은 120여명에 불과하다. 일부 수습 변호사들은 수습 변리사의 절반 수준인 월 200만원 선으로 급여가 떨어졌다.

법무부가 준법지원인을 정부 방침으로 정해 밀어붙이려는 것도 변호사 구직난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