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23일 미국 경제지표 호전과 유럽 재정 위기 우려가 충돌하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사흘만에 숨고르기 장세를 보였다. 외국인과 개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돼 장중 내림세를 보였던 지수는 장 후반 낙폭을 줄여 약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158억원, 개인이 753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917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연말을 앞두고 관망세도 짙어 거래대금은 3조3136억원에 불과했다.

22일 미국 뉴욕 증시는 경제지표 개선에 힘입어 소폭 상승 마감한 점은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는 36만4000명으로 2008년 4월 이후 3년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시간대와 톰슨로이터가 발표하는 12월 소비자신뢰지수도 69.9로 상승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다만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전분기 대비 1.8%로 집계돼 시장 기대보다 다소 낮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유럽 문제가 여전히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어 지수가 박스권 안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점쳤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며칠 내에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결정할 것"이라며 "그동안은 코스피지수가 1750~1900선 안에서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S&P가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단기 랠리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상대적으로 탄탄한 미국 경기가 증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정보통신(IT) 등 경기소비재 중심으로 매매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다만 "반대로 S&P가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 증시 충격이 불가피해 전략적인 매매는 S&P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도 "미국 경제 지표 호전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연속성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 개선 신호가 필요하다"며 "당분간 소강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유럽국가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다음주 중 프랑스 국채발행 및 이탈리아 국채만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양립해 관망세가 예상된다"고 점쳤다.

연말까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가운데 거래대금이 감소한 점도 증시 움직임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날 660억원 가량의 주식을 매수한 연기금 이외에 나머지 투자자들은 별다른 매매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거래대금은 지난해 2월 이후 최저 수준인 3조1300억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연초까지 특별한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보니 증시도 새로운 방향성보다는 투자자들의 극심한 눈치보기만 반영되는 모습"이라며 "내년 연초까지는 견고한 하단을 바탕으로 한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