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영결식] 김정은 바로 뒤에 장성택…이영호는 군부 선두서 영구차 호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7년 철권통치가 28일 영결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현대사에 유례없는 3대 세습체제인 김정은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됐다. 17일 사망한 지 11일 만이다. 금수산기념궁전 내 영생홀에는 그의 아버지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이로써 금수산기념궁전은 2대 독재자의 시신이 함께 보존되는 세계 유일의 장소가 될 전망이다.

이날 평양에서 진행된 김 위원장에 대한 영결식에서 후계자 김정은은 직접 영결식 운구차량을 호위하며 후계자임을 대내외에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운구차량은 당 인사들과 군부 인사들이 각각 나눠 호위했다. 운구차량을 오른쪽에서 호위하는 김정은의 뒤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노동당 행정부장), 김기남 당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의장(당 비서 겸임)이 섰다. 왼쪽에는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 호위했다. 장성택과 이영호가 김정은 체제를 떠받칠 두 축임을 보여준다.

특히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장성택은 장의위원회 명단에는 19번째에 이름을 올렸지만 장례기간 내내 김정은의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결식에선 김정은의 바로 뒤에 섬으로써 김정은의 핵심 측근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향후 김정은 체제에서 아내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김정은의 고모)과 함께 ‘로열패밀리’로서 핵심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지난 25일 대장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장성택은 이날 영결식에는 평복을 입었다.

김기남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선전·선동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김정은이 아직 20대 청년이고 후계자로 공표된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향후 대주민 선전·선동 사업이 중요하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에 대해 ‘당과 군대의 최고영도자’ ‘21세기 태양’ 등 호칭을 쏟아냈다.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영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김기남의 작품’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복은 지난해 9·28 당대표자회 직후 중국 지도부에 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군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선 것은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를 이어갈 뜻을 대내외에 공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두에 선 이영호는 김정은의 멘토로 알려졌다. 지난해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린 뒤 군부 장악에 앞장서 왔다. 이영호는 김일성의 주치의 아들로 대를 이은 충성을 하게 됐다. 김영춘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군 내 신·구세대의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후계 관련 군부 내 동향을 김 위원장에게 보고해온 김정각 역시 김정은 체제의 전면에 나서 군부를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