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변협의 준법지원인 '승전고'
준법지원인 도입대상 기업의 범위를 다룬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28일,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협의 입장’이란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에 기업의 대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가 도입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변협은 이어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준법지원인의 자격으로 변호사 이외에도 일정 경력 이상의 법대 교수, 기업의 준법감시 업무 담당자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 “더 이상 준법지원인 제도를 ‘변호사의 일자리 창출용’으로 왜곡, 비하하는 시도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에 개정된 상법과 시행령안을 보면 변협의 주장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상법 542조의13과 시행령 개정안 41조에 따르면 준법지원인은 변호사 외에 다른 법률 전문가도 될 수 있긴 하다. 법학 교수 경력이나 법학 석사로서 준법감시인, 감사 등으로 일한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법학 학사는 준법감시인 등으로 일한 경력이 10년 이상 요구된다.

반면 변호사는 실무 경험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다. 석사 자격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만 해도 갓 졸업자까지 준법지원인이 될 수 있는 반면, 박사 학위를 따고 이들을 가르친 교수들은 최소 5년간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준법지원인이 변호사 고유 업무인 소송을 다루지 않는데도 그렇다. 준법 통제기준의 준수 여부를 점검해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게 임무다. 정찬형 한국금융법학회 회장(고려대 로스쿨 교수)은 준법지원인 자격에 대해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기업으로서는 준법지원인으로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나 법학 학위를 가진 경력자를 고용해야 하므로 인건비가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준법지원인 1명당 연간 1억5000만원이 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졸 초임을 연 2500만원으로 본다면 신입사원 6명을 채용할 수 있는 액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준법지원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변호사들에게 유리하게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준법지원인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개선,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논평을 마무리하긴 했다. 변협의 노력에 변호사들의 이익만이 고려되지 않기를 바란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