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준비된 은퇴]웰다잉…사전의료 지시서를 아십니까
지난 가을, 서울 근교에 있는 한 요양원에 방문한 적이 있다. 약 100명의 노인들이 지내는 곳인데 작고 아담하지만 수십명의 대기자가 입소를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인기의 비결은 마치 가족처럼 보살펴주고 깨끗하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시설을 돌아보니 잘 청소가 돼 깨끗하고 냄새도 나지 않는 등 좋은 생활환경이 마련돼 있었다. 요양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7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고 월급도 다른 곳보다 많이 주고 있는 게 배경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이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었다. 돌아가실 무렵 병원에 가지 않고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한다고 한다. 요양원에서도 1주일에서 열흘 정도 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돌아가실 수 있도록 호스피스 룸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었다. 이렇게 병원보다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려는 이유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이뤄지는 과도한 연명치료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행복한 은퇴설계의 맨 끝은 죽음에 대한 계획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후 계획에서 생애 뒷부분은 명확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 다시 말해 존엄사를 이해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존엄사 논쟁은 2009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옥경 할머니에 대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 대법원을 통해 인정되면서 각계 각층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수환 추기경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마침내 선종했다. 이제는 죽음을 당하는 게 아니라 품위있게 맞이하려는 의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노후 준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질병을 겪게 되는 간병기와 사망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간병기와 사망 이후에 소요되는 치료비나 각종 비용 등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별다른 준비 없이 맞이하게 된다면 남아 있는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재무설계와 금융상품을 활용해서 미리 대비해야 한다.

둘째, 마지막에 대한 대비로서 사전의료 지시서를 작성한다. 사전의료 지시서란 임종에 임박해 자신에 대한 치료 여부 및 방법에 대해 스스로 의견을 표현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의학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미리 작성하는 서면 진술서를 말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에서 지시서를 작성하고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