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과 에런 에크하트가 상처 입은 부부의 삶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래빗 홀’이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성황리에 상영 중이다. 이처럼 작지만 의미 있는 저예산 예술영화들이 연말연초 소규모 영화관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싱글족이 혼자 보기에도 좋다.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르 아브르’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르 아브르’는 프랑스의 작은 항구도시에 숨어들어 온 아프리카 소년을 가난한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도와주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활화산 주변에서 화산재를 맞고 사는 가난한 아이들이 소원을 이루려고 애쓰는 이야기를 담았다.
내년 1월 개봉하는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자전거 탄 소년’도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한 소년이 위탁모를 만나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소년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잘 묘사했다.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로 흥미를 끄는 영화로는 ‘내가 사는 피부’와 ‘메리와 맥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내가 사는 피부’는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인간의 욕망과 복수심이란 주제를 냉정한 화법으로 그렸다. 권위 있는 성형외과 의사가 사고로 아내를 잃고 딸까지 불운하게 떠나보낸 뒤 광기로 뭉쳐 인공피부를 실험한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며 반전이 일어난다.
‘메리와 맥스’는 어른을 위한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다. 외로움에 시달리는 두 사람 메리와 맥스가 지구 반대편인 호주와 미국에 살면서 펜팔 친구가 되고 진실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한국 감독들이 만든 독립 다큐멘터리도 있다. ‘오래된 인력거’는 이성규 감독이 10여년간 인도 콜카타에 머물며 가난한 인력거꾼 ‘살림’을 관찰한 기록물이다. 작은 꿈을 품고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견디는 사람들의 모습이 울림을 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