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헤밍웨이 '출판 大戰' 예고
《노인과 바다》《무기여 잘 있거라》 등을 쓴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사진)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50년인 올해 말 만료된다. 지난 7월1일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늘어났지만, 2013년 7월1일까지 2년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헤밍웨이는 종전대로 사후 50년 규정을 적용받는다.

헤밍웨이 저작권이 살아 있는 올해까지 작품을 출간하려면 헤밍웨이 유족과 정식으로 계약을 해야 했지만 정작 유족 측이 그런 계약을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는 《노인과 바다》를 비롯한 헤밍웨이 작품의 번역본이 수십 종 출간돼 있지만 상당수는 저작권법이 엄격하지 않은 시절부터 출간된 책이거나 저작권 계약을 거치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저작권 때문에 헤밍웨이 작품을 출간하지 못한 문학 출판사들은 내년부터 ‘합법적으로’ 헤밍웨이 작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선점 효과’를 노려 연초에 앞다퉈 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세계문학전집을 펴내는 민음사는 1월 초 《노인과 바다》를 시작으로 《무기여 잘 있거라》《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등 장편소설 세 권을 나란히 출간한다. 영문학자 겸 번역가인 김욱동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번역했다. 이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단편집 한 권도 내놓을 예정이다.

문학동네는 1~2월께 《노인과 바다》(이인규 옮김)를 선보인다. 현재 번역을 마치고 편집 중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무기여 잘 있거라》도 추가로 출간할 계획이다.

열린책들도 《무기여 잘 있거라》(이종인 옮김)와 《노인과 바다》를 각각 2월과 3월 중에 출간한다. 시공사 등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는 여러 출판사들도 헤밍웨이 작품을 준비 중이다. 대표작 위주로 먼저 소개하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단편 등을 출간할 움직임이다. 한편 1962년 사망한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와 미국 작가 윌리엄 포크너도 유예기간에 걸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적용받지 않고 내년 말 소멸된다. 2013년부터 국내 출판사들은 헤밍웨이에 이어 이들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