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분향소를 설치하자는 대자보를 붙인 서울대 여학생이 학생들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인근 게시판에는 “26일 낮 12시 학생회관 1층에 (김 위원장의) 학내 분향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올해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출마했던 농생대 소속 박모씨는 대자보에서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마음을 담은 분향소 설치에 많은 분의 뜻이 함께 모이기를 바란다”며 “6·15 선언과 10·4 선언의 공동 선언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조의를 표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대자보 게재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반대의견을 많이 냈다. 대다수 학생들은 댓글 등으로 강한 비난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서울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박씨를 비난하는 글 수십개가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그런 개념 없는 대자보 붙이기 전에 서해교전,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 희생자에 대한 북한의 공식사과문부터 받아 오라”며 “당신이 하는 일은 행위예술로밖에 안 보이니 관심받고 싶어 쓰레기 같은 짓을 하는 것을 그만두라”며 박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원색적인 욕설과 박씨의 신상에 대한 비난글까지 올랐다.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분향소 설치와 북한 조문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을 추모하자는 의견을 옹호하는 학생은 거의 찾기 힘들고 박씨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범죄자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

게시판에는 “26일 분향소가 차려진다면 부숴버리겠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에 신고해 국가보안법으로 조사받게 하겠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박씨의 26일 분향소 설치 주장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