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 2000여명이 검찰 수사 결과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쌍벌제(금품 제공자뿐 아니라 받은 의료인도 처벌) 시행 이후에도 리베이트를 받아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 7월부터 2차 단속을 벌여 의사 5명을 포함해 의료기관 종사자 6명과 제약사 임직원 10명, 의약품 도매업자 6명, 시장조사업체 직원 3명 등 25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1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4명을 약식 기소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수사반은 이와 함께 리베이트 수수가 확인된 의사 1644명과 약사 393명 등 의·약사 2037명에 대해 보건복지부 등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기소된 의료기관 종사자들을 제외하면 쌍벌제 시행 전에 리베이트를 수수해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대상자들이다. 지난해 11월 쌍벌제 시행 전 의료법 66조와 시행령 제32조에서는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경우 최장 12개월의 기간 동안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했으며 쌍벌제 시행 이후에는 이를 벌금 규모에 따라 2개월씩 단계별로 나눠 기준을 명확히 했다. 쌍벌제로 유죄를 선고받으면 벌금 3000만원 이하나 징역 2년 이하에 처해진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나 약사는 면허가 취소된다.

수사반에 따르면 J제약사의 영업본부장인 서모씨(52)는 2008년 12월부터 쌍벌제 시행 이후인 지난 9월까지 전국적으로 의사 519명과 약사 325명에게 총 10억4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또 의약품도매상인 Y사 대표 김모씨(48)는 개업준비 중이던 이모씨(36)에게 지원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제공하고 3000만원을 무이자로 대여하는 등 대구·경북 지역 의사 22명과 약사 8명에게 4억원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설문조사 명목의 리베이트도 적발됐다. H제약사의 전무이사 이모씨(56)는 지난해 2쪽짜리 간단한 설문조사를 의뢰한 뒤 건당 5만원씩 총 13억원을 의사 858명에게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약사들은 병원의 창립기념품 구입비를 대납하기도 했다. 대형 제약사인 J사와 H사는 지난해 대형 K병원 창립기념품 구입비로 각각 1억원과 1억4000만원을 대신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단속과정에서 의료 컨설팅 업체가 의약품 판촉활동을 벌이면서 의사 200여명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례도 적발됐으나 처벌법규가 없어 기소에서 제외됐다. 수사반은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우현 반장은 “골프 및 콘도 이용권을 주거나 광고를 대신해주는 등 리베이트 방법도 다양하다”며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