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직원이 '짝퉁' 만들고 경쟁사에 기밀 빼돌려
보안카메라 전문업체 A사는 올초 중국 선전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제조업체를 선정, 생산에 나섰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현지에서 채용한 중국인 생산직 직원이 제품 도면을 몰래 훔쳐 다른 도시에서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는 피해를 당한 것이다.

거래 회사에서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나돌고 있다”고 알려주기 전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던 A사는 ‘짝퉁’ 제품을 구입, 분해한 결과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결론내고 중국 공안에 신고했다.

하지만 짝퉁 제품이 지나치게 싼 값으로 이미 유통돼 A사도 제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짝퉁 제품의 불량률이 높아 A사의 이미지까지 크게 실추되는 피해를 입고 말았다.

A사처럼 해외로 진출한 중소기업들의 기술유출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보다 기술유출 사례가 더욱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원장 윤도근)이 지난달 말 중국 광저우 둥관 선양 선전 등에 진출한 중소기업 가운데 13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절반에 가까운 61개사(44.2%)가 기술유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소를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의 산업기밀 유출비율인 13%(2010년 기준)에 비해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해외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의 기술유출 경로는 주로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발 제조업체 B사는 중국 공장에서 일하던 핵심기술자가 경쟁업체로 이직한 후 유사 제품을 만들어 해외 바이어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급감,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전자 제품 등에 사용되는 발포제를 제조하는 C사는 2년간의 연구 기간을 거쳐 개발한 신제품을 중국 저장성 공장에서 생산에 나섰다. 그러자 중국 경쟁사인 D사가 C사 임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제조기술과 영업기밀을 빼내려다 국내 정보기관에 발각됐다. 기술이 유출됐으면 연간 1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었다.

중국에서 기술유출 피해 설문조사를 담당했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외부인 출입관리대장을 마련하지 않을 정도로 보안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술보호와 관련한 설명회 등 보안의식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을 자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