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월요전망대] 북한 변수, 내년 경제정책 영향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우리경제가 처한 현실을 “무사만루의 수비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당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은 사실상 우승을 확정짓고 느긋하게 연말연시를 맞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야 하는 분위기다.

일단 공격이 기대 이하였다. 3%대 성장률과 4%대 물가상승률이라는 수치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5%의 고성장을 목표로 그 어느 해보다 큰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성적은 신통찮다. 글로벌 재정위기라는 대외악재 탓이 컸다. 그나마 수출이 1조달러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경상수지 목표 160억달러를 초과 달성하면서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국회비준을 마치고 내년 발효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도 위안거리다.

공격도 예상 외로 부진했지만 수비도 문제였다. 경기대응에 가장 중요한 새해 예산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소식에 화들짝 놀란 여야가 30일 여야 합의처리라는 국회 일정의 정상화에는 합의했지만 재정의 조기 집행을 통해 경기불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정부 전략은 차질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는 26일까지 감액심사, 29일까지 증액심사를 한 뒤 예결위 의결을 거쳐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와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의 증액 규모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지역구 예산을 놓고 여야간 갈등과 줄다리기가 막판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기획재정부는 내년 업무계획을 발표한다. 정부는 이미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사상 최저 수준인 3.7%로 발표하면서 내년 상반기가 최악의 상황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북한 변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 새해를 불과 2주일 앞두고 터진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은 전혀 예상치 못한 악재였다. 지난 한 주 북한 뉴스는 모든 다른 국내외 이슈를 압도했다. 증시와 외환시장이 출렁거렸고 국가위험도를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도 급등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 리스크가 우리나라 경제에 얼마나 강력한 임팩트(impact)를 줄 수 있는지를 한 순간에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주가와 환율 등 주요 경제 지표가 김 위원장 사망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안정감을 되찾았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와 함께 우리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른다.

당장 북한이 28일 김 위원장의 영결식 이후 어떤 대외정책을 내놓을지가 변수다. 체제안정을 위한 돌발 악재를 터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내년 1·4분기에 이탈리아 등 재정이 취약한 유럽국가들의 국채만기가 몰려 있고,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로 원유도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도처에 지뢰밭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진단이다.

경제지표 중에는 29일 발표되는 11월 산업활동 동향과 30일 예정된 12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관심이다. 10월에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9.5%로 전달에 비해 1.8%포인트 하락하며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판매가 줄면서 재고율은 높아졌다. 경기침체가 생산부문에서 얼마나 빠르게 나타날 것인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3%대로 떨어졌다가 지난달 다시 4%대로 복귀했다. 이번 달에는 김장철로 접어들면서 농산물 가격이 상승한 데다 전기요금 등 각종 서비스 가격도 크게 올라 막판까지 물가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심기 경제부 차장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