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내년 재정 빚내서 꾸린다…'예산 절반' 44조엔 국채발행
일본이 내년도 예산 가운데 절반가량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빚으로 재정을 꾸려가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선진국 가운데 최악 수준인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24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어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세출) 규모를 90조3339억엔으로 확정했다. 올해 예산인 92조4116억엔에 비해서는 2.2%(2조777억엔) 줄어든 것이다. 전년 대비 예산 규모가 감소한 것은 6년 만이다. 그러나 일반회계에서 빠진 동일본 대지진 복구 및 부흥 예산 등을 합치면 내년 예산 규모는 93조5500억엔으로 불어나 사실상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늘어난 나라 살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세수는 전체 예산의 47% 수준인 42조30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1년 세수보다 많은 44조2000억엔은 국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나머지는 자산 매각 등으로 채울 방침이다. 내년도 예산 가운데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대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내년에 발행할 예정인 2조7000억엔 규모의 부흥채권까지 합치면 국채 발행잔액은 사상 최대인 822조엔으로 증가하게 된다. 국채 원리금 상환액도 올해보다 4000억엔 늘어난 21조94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국채 발행잔액에 정부 차입금 및 단기증권 발행잔액을 더한 일본의 ‘총국가채무’는 지난 9월 말 기준 954조엔으로 내년엔 1000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0% 수준인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도 내년엔 250%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직까지는 일본 내 개인의 금융자산이 많아 국채가 충분히 소화되고 있지만 국채 금리가 오르고 고령화가 진전되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의 재정위기가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