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국제화 행보 더 빨라진다
중국이 태국 파키스탄 등과 잇달아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며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통화협정을 체결한 국가와 지역은 모두 14개로 늘어났다. 중국은 올 들어 위안화 무역결제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외국인들의 위안화 직접투자를 허용하는 등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포괄적인 위안화 무역결제 협정도 타결될 것으로 보여 동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의 위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 통화스와프 확대

인민일보는 25일 “중국과 파키스탄이 100억위안(1조8000억원) 규모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며 “향후 양국의 무역과 투자 촉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파키스탄은 국가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루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파키스탄을 경제적으로 끌어안음으로써 경쟁국인 인도를 견제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태국을 방문, 700억위안 규모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두 거래 당사자가 계약일에 약정된 환율에 따라 해당 통화를 서로 거래할 수 있는 계약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하더라도 통화스와프 규모만큼 상대방 국가의 화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른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번 계약으로 중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벨라루스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뉴질랜드 우즈베키스탄 몽골 카자흐스탄 홍콩 등 14개로 늘었다. 통화스와프 규모도 1조3000억위안에 달한다. 한국은 지난 10월 중국과 1800억위안 규모의 기존 통화스와프 협정을 3600억위안으로 늘렸다.

◆위안화 국제화에 탄력

중국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명분은 미국과 유럽의 채무위기로 신흥국가들의 외환 및 경제가 불안해지는 것을 막아주겠다는 것이다. 또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키우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다.

중국은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국제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아세안 10개국과도 위안화 무역결제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2009년부터 아세안 국가들과 위안화 무역결제를 논의해왔으며 내년쯤 협상이 타결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8월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20개 시범도시에서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10월에는 외국인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위안화를 본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이와 함께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에 맞게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SDR은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 등 4개 화폐로만 구성돼 있다.

중국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최근 발표한 금융보고서에서 “세계 화폐체제가 달러·유로화라는 두 중심 축에서 위안화가 포함된 세 개의 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며 “2020년이면 위안화는 아시아 지역의 핵심 화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