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꼼수' 눈치보는 검찰
“재판 한 번에 적(敵)은 두 배로 늘어난다.” 한 법관에게서 들은 말이다. 재판의 당사자 모두가 만족하는 판결을 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22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실형’이 확정된 정봉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 사건도 그럴지 모른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의원의 실형이 확정되자, 그가 출연하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의 팬들은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주심 대법관의 ‘신상털기’에까지 나섰다. 일부는 26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의 반발집회를 예고했다.

‘법치(法治)’는 이렇게 우롱당하고 있다. 하지만 법 집행 임무를 맡은 검찰의 행태는 ‘사법 경시’를 자초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게 한다. 실형이 최종 확정된 정 전 의원의 신병을 처리하는 모습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취재여록] '꼼수' 눈치보는 검찰
검찰은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22일, 정 전 의원에게 휴대폰 연락을 시도했다. 전원이 꺼져 있자 문자 메시지로 ‘검찰 출석’을 요구했다. 정 전 의원이 불응하자 23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재차 통보했다. 그가 “입원 중인 모친 병문안 등 수감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자 26일로 검찰 출두날짜를 늦춰줬다.

실형이 확정되면 도주 등으로 형을 집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최대한 빨리 집행하는 게 원칙이다. 대법원 선고에 피고인이 꼭 출석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1·2심에서 실형 판결이 나면 법원이 법정구속한 상태로 대법원 판결을 받는 게 보통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은 1·2심 단계에서 법정구속 조치를 하는데 정 전 의원에 대해서는 (법원이) 불구속으로 재판을 진행했으니, 일반적인 경우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했다.

형이 확정된 사람에 대해 집행을 늦추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상(喪)을 당했거나 본인의 건강 문제, 주변정리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다. 정 전 의원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기결수’ 정 전 의원은 26일 지지자들이 검찰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출두를 ‘결행’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법치 실종’을 누가 부추기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이고운 지식사회부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