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알뜰주유소 1호에 국고 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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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경기도 용인시 마평주유소는 오는 29일부터 휘발유를 인근 주유소보다 당 최대 100원 이상 싸게 팔 예정이다. 정부가 “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알뜰주유소 1호점’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기름을 살 수 있어 반길 일이지만, 선정 과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평주유소는 2009년 가짜석유를 판매해 과징금을 받았다. 지난해 다른 브랜드의 폴을 달고 다시 영업을 해오다가 지난달 경동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정부가 정한 알뜰주유소 지정 기준은 ‘3년간 유사석유 적발 실적이 없는 주유소’로 돼 있다. 그런데도 마평주유소가 선정된 것은 소유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동보일러’로 잘 알려진 경동은 석탄생산 감축지원금 등 국고보조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121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정부가 떠넘기기식 할당으로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를 정한 데 이어, 국고 보조를 받는 기업에 알뜰주유소 1호점을 맡겨 더욱 논란을 키우는 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민간 기업이 알뜰주유소를 운영하게 된 데는 정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경동은 물론 펄쩍 뛰고 있지만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경동으로 소유주가 바뀐 마평주유소는 알뜰주유소 1호점 답게 사회공헌 차원에서 마진 없는 최저가로 기름을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노마진 판매는 ‘알뜰 주유소는 마진을 포기해야 한다’는 나쁜 선례로 남아 향후 자발적인 알뜰주유소 확산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용인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적잖은 덩치의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주유소 사업에 진출해 가격 경쟁에 나서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정부가 다른 기업에도 노마진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사회 공헌을 명분으로 한 노마진 알뜰주유소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 영세 주유소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명분과 시한에 쫓겨 가까스로 출발하는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강조해온 동반성장 정책기조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마평주유소는 2009년 가짜석유를 판매해 과징금을 받았다. 지난해 다른 브랜드의 폴을 달고 다시 영업을 해오다가 지난달 경동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정부가 정한 알뜰주유소 지정 기준은 ‘3년간 유사석유 적발 실적이 없는 주유소’로 돼 있다. 그런데도 마평주유소가 선정된 것은 소유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동보일러’로 잘 알려진 경동은 석탄생산 감축지원금 등 국고보조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121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정부가 떠넘기기식 할당으로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사를 정한 데 이어, 국고 보조를 받는 기업에 알뜰주유소 1호점을 맡겨 더욱 논란을 키우는 꼴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민간 기업이 알뜰주유소를 운영하게 된 데는 정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경동은 물론 펄쩍 뛰고 있지만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경동으로 소유주가 바뀐 마평주유소는 알뜰주유소 1호점 답게 사회공헌 차원에서 마진 없는 최저가로 기름을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노마진 판매는 ‘알뜰 주유소는 마진을 포기해야 한다’는 나쁜 선례로 남아 향후 자발적인 알뜰주유소 확산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용인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적잖은 덩치의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주유소 사업에 진출해 가격 경쟁에 나서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이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정부가 다른 기업에도 노마진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사회 공헌을 명분으로 한 노마진 알뜰주유소들이 잇따라 문을 열면 영세 주유소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명분과 시한에 쫓겨 가까스로 출발하는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강조해온 동반성장 정책기조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