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 항암제ㆍ세포배양백신 투자 빛본다
올해 주식시장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바이오주의 부상이었다. 바이오시밀러, 줄기세포 치료제, 항암 백신 등을 재료로 바이오주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오른 탓에 내년에 치료제가 출시되면 오히려 주가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막연한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지만 치료제 판매로 인한 매출과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실망감에 따른 매물이 쏟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신지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가장 유망한 바이오 종목을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셀트리온을 제시했지만, 다시 조심스레 SK케미칼로 바꿔 말했다. 그는 “보통 바이오주라고 하면 흔히 코스닥시장의 셀트리온 메디포스트 씨젠 젬백스 등을 생각하지만 SK케미칼도 바이오기업”이라며 “내년에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바이오주는 SK케미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케미칼의 사업은 바이오디젤 및 친환경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그린케미칼’과 항암제, 관절염 치료제 등 신약을 개발하는 ‘생명과학’ 부문으로 나뉜다. 생명과학 부문은 아직 전체 매출의 26.6%에 불과하지만 항암 개량신약의 출시 임박, 세포배양백신 분야의 선제적 투자, U-헬스케어 사업 진출 등으로 향후 SK케미칼의 핵심 사업이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13년부터 SK케미칼의 생명과학 부문 영업이익 기여율이 54.9%로 그린케미칼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우선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개량 항암제인 SID-530 출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약 30억달러(3조4000억원)를 벌어들인 항암제 ‘탁소텔’을 개량한 것으로, 이미 임상 3상을 끝내고 유럽의약국(EMEA) 승인까지 받아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08년 글로벌 제약사인 테바(teva)와 유럽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아시아에 대한 판권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상품 출시만 되면 전 세계에서 판매에 들어갈 수 있다. 신 연구원은 “SID-530의 출시가 늦춰지고 있는 점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지만, 내년에는 출시 가능성이 높아 주가가 하락한 지금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의 중장기적 성장동력은 세포배양 백신이다. 현재 SK케미칼이 코스닥 바이오기업들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신약의 임팩트가 약하다는 점 때문인데, 세포배양 백신으로의 중심축 이동은 SK케미칼이 진정한 바이오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세포배양 백신은 전통적으로 유정란에서 백신을 배양하던 것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기술로, 동물세포에서 백신을 배양해 생산기간을 3~4개월 단축시킬 수 있다.

신 연구원은 이 같은 잠재력을 바탕으로 할 때 SK케미칼이 다른 바이오기업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질적인 바이오 업체로서 재평가를 받게 된다면 내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