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5000억 쏟아붓고…농업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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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후속대책 4년 헛바퀴
영세농 1회성 지원…경쟁력 못키워
영세농 1회성 지원…경쟁력 못키워
강원도에서 1800마리 규모의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강모씨(54)는 12년 전부터 써오던 재래식 급수·급유기를 지난해 말 현대식으로 바꿨다. 시간에 맞춰 돼지들에게 사료와 물이 자동 공급돼 일손을 크게 덜었다.
시설을 바꾸는 데 1040만원이 들었다. 강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원 대책의 하나인 ‘축사 시설 현대화’ 사업에 신청해 이 돈을 마련했다. 390만원은 정부로부터 그냥 받았고 650만원은 연 3%의 저리로 대출받았다. 자신의 돈은 260만원만 들어갔다.
새로운 시설을 설치한 지 1년. 몸이 좀 편해지긴 했지만 매출은 그대로다. 시설만 현대화했을 뿐 사육두수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료 값까지 올라 빚만 늘어났다. 이처럼 정부의 한·미 FTA 후속대책 예산이 농어업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채 사실상 1회용 지원에 그치고 있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잡힌 총 22조1000억원의 한·미 FTA 지원 예산 중 30%에 달하는 6조5000억원이 올해까지 집행됐다. 분야별로는 △농산물 품목별 경쟁력 강화에 2조9000억원 △체질 강화에 3조2000억원 △직접 피해 보전에 4000억원이 각각 쓰였다. 개별 사업 중에서는 축산·원예·과수 분야에서 비닐하우스 등 시설 현대화에 4년간 90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영농 규모를 키우는 데는 겨우 1264억원만 들어갔다. 농업에 지원한 6조5000억원의 2.3%에 그쳤다. 이 결과 대규모 영농을 담당해야 할 농업회사법인은 2008년 1469개에서 2009년 1655개로 늘었다가 작년 1633개로 줄었다. 정부가 기업농이 아닌 개인농에게 예산 지원을 집중한 결과다.
지난 4년간 6조5000억원의 돈을 쏟아붓고도 농가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이다. 농가의 평균 소득은 2006년 3230만원에서 2008년 3052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에도 3212만원으로 5년 전 수준을 간신히 회복했을 뿐이다.
국회 관계자는 “FTA 지원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지 않고 줄줄 새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예산 집행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시설을 바꾸는 데 1040만원이 들었다. 강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지원 대책의 하나인 ‘축사 시설 현대화’ 사업에 신청해 이 돈을 마련했다. 390만원은 정부로부터 그냥 받았고 650만원은 연 3%의 저리로 대출받았다. 자신의 돈은 260만원만 들어갔다.
새로운 시설을 설치한 지 1년. 몸이 좀 편해지긴 했지만 매출은 그대로다. 시설만 현대화했을 뿐 사육두수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료 값까지 올라 빚만 늘어났다. 이처럼 정부의 한·미 FTA 후속대책 예산이 농어업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채 사실상 1회용 지원에 그치고 있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잡힌 총 22조1000억원의 한·미 FTA 지원 예산 중 30%에 달하는 6조5000억원이 올해까지 집행됐다. 분야별로는 △농산물 품목별 경쟁력 강화에 2조9000억원 △체질 강화에 3조2000억원 △직접 피해 보전에 4000억원이 각각 쓰였다. 개별 사업 중에서는 축산·원예·과수 분야에서 비닐하우스 등 시설 현대화에 4년간 90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영농 규모를 키우는 데는 겨우 1264억원만 들어갔다. 농업에 지원한 6조5000억원의 2.3%에 그쳤다. 이 결과 대규모 영농을 담당해야 할 농업회사법인은 2008년 1469개에서 2009년 1655개로 늘었다가 작년 1633개로 줄었다. 정부가 기업농이 아닌 개인농에게 예산 지원을 집중한 결과다.
지난 4년간 6조5000억원의 돈을 쏟아붓고도 농가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이다. 농가의 평균 소득은 2006년 3230만원에서 2008년 3052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에도 3212만원으로 5년 전 수준을 간신히 회복했을 뿐이다.
국회 관계자는 “FTA 지원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지 않고 줄줄 새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예산 집행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