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弗 드릴십도 계약 연기…조선업계, 내년 실적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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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선사 "인도 미뤄달라"…고부가 선박까지 계약 변경
유럽 위기로 선박금융 위축…내년 수주 30% 감소 전망
유럽 위기로 선박금융 위축…내년 수주 30% 감소 전망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선박금융이 위축되면서 선박 인도 연기나 수주 취소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내년 선박 수주 규모 축소와 잇따른 선박 계약 변경 등이 맞물려 조선업계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본지 12월7일자 A1, 6면 참조
◆‘계약변경’ 고부가 선박까지 확산
25일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호주 선주사 측 요청으로 2008년 수주한 드릴십(원유 시추설비) 1척에 대한 인도 시기를 미뤘다. 당초 인도 시점은 2011년 12월15일이었으나 선주 측 요구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드릴십 수주액은 6973억원으로 작년 연간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인도 시기는 미확정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에 이어 드릴십,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인도 연기나 수주 취소 사태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은 이달 초에도 초대형 유조선(VLCC) 2척, 벌크선 2척의 계약을 취소당했다. 금액으론 5893억원어치다. 앞서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13척(선종·선형 변경 포함)의 선박 인도 시기를 연기했다.
STX조선해양도 지난 한 달 동안 외국 선사들이 요청한 총 11척에 대한 선박 인도 시점 연기를 받아들였다. 2008년 이후 수주한 초대형 유조선(VLCC) 5척(7800억원), 벌크선 2척(1230억원), 컨테이너선 4척(7000억원) 등에 대한 인도 시점을 각각 2~3년 연장했다. 올 들어 총 23척(선종·선형 변경 포함)에 대한 인도 연장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아직 공개하진 않았지만, 선박 인도 연기나 수주 취소 요청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선사들이 일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에 대한 인도 시점을 연기할 때까지만 해도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와는 다른, 이례적 케이스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드릴십,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인도 연기 사례가 이어지고 일부 수주 취소까지 나오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수주량 감소·수익성 악화 불가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선사들이 선박 건조 계약을 변경하거나 취소하고 나선 것은 선박금융이 위축된 탓이다. 전 세계 선박금융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대출 규모 축소에 나섰다. 여기다 내년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내년 선박 수주 규모는 올해와 비교해 20~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국내 최대 ‘달러박스’ 중 하나인 조선업계의 수익 급감도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지난 3분기 대형 조선업체들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저가에 배를 수주한 탓이다.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엔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내년엔 조선업체들의 회사채 만기도 집중돼 있어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2009년 조선사들이 대규모로 발행한 3년짜리 회사채 만기가 내년 상반기 대거 돌아온다. 상위 5개사의 차환 물량만 2조1300억원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엔 대형 조선업체들마저 자금난을 겪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일부 시중은행들은 국내 일부 조선업체들에 대한 신규 대출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추가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선업체에 돈을 빌려준 국내 채권은행들은 이미 23개 중소 조선사를 대상으로 재무 구조조정 작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내년은 선박 수주 감소와 계약 변경 우려 등의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선업계로선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올해 500억달러 규모의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내년 선박 수주 규모 축소와 잇따른 선박 계약 변경 등이 맞물려 조선업계의 수익성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본지 12월7일자 A1, 6면 참조
◆‘계약변경’ 고부가 선박까지 확산
25일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호주 선주사 측 요청으로 2008년 수주한 드릴십(원유 시추설비) 1척에 대한 인도 시기를 미뤘다. 당초 인도 시점은 2011년 12월15일이었으나 선주 측 요구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드릴십 수주액은 6973억원으로 작년 연간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인도 시기는 미확정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에 이어 드릴십,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까지 인도 연기나 수주 취소 사태에 휩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은 이달 초에도 초대형 유조선(VLCC) 2척, 벌크선 2척의 계약을 취소당했다. 금액으론 5893억원어치다. 앞서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13척(선종·선형 변경 포함)의 선박 인도 시기를 연기했다.
STX조선해양도 지난 한 달 동안 외국 선사들이 요청한 총 11척에 대한 선박 인도 시점 연기를 받아들였다. 2008년 이후 수주한 초대형 유조선(VLCC) 5척(7800억원), 벌크선 2척(1230억원), 컨테이너선 4척(7000억원) 등에 대한 인도 시점을 각각 2~3년 연장했다. 올 들어 총 23척(선종·선형 변경 포함)에 대한 인도 연장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아직 공개하진 않았지만, 선박 인도 연기나 수주 취소 요청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선사들이 일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에 대한 인도 시점을 연기할 때까지만 해도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와는 다른, 이례적 케이스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드릴십,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인도 연기 사례가 이어지고 일부 수주 취소까지 나오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수주량 감소·수익성 악화 불가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선사들이 선박 건조 계약을 변경하거나 취소하고 나선 것은 선박금융이 위축된 탓이다. 전 세계 선박금융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은 대출 규모 축소에 나섰다. 여기다 내년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내년 선박 수주 규모는 올해와 비교해 20~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국내 최대 ‘달러박스’ 중 하나인 조선업계의 수익 급감도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지난 3분기 대형 조선업체들의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저가에 배를 수주한 탓이다.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엔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내년엔 조선업체들의 회사채 만기도 집중돼 있어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2009년 조선사들이 대규모로 발행한 3년짜리 회사채 만기가 내년 상반기 대거 돌아온다. 상위 5개사의 차환 물량만 2조1300억원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엔 대형 조선업체들마저 자금난을 겪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일부 시중은행들은 국내 일부 조선업체들에 대한 신규 대출을 최대한 자제하거나 추가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선업체에 돈을 빌려준 국내 채권은행들은 이미 23개 중소 조선사를 대상으로 재무 구조조정 작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한 조선업체 임원은 “내년은 선박 수주 감소와 계약 변경 우려 등의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선업계로선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올해 500억달러 규모의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