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역발상 승부수'…글로벌 빅5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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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도전과 성취 - 더 강해진 한국 간판기업 (2) 현대차그룹
경기 침체 속 '증설 카드' 꺼내…美 점유율 한때 '마의 10%' 돌파
현대건설 인수전 막판 뒤집기…10년째 '품질 경영' 드라이브
경기 침체 속 '증설 카드' 꺼내…美 점유율 한때 '마의 10%' 돌파
현대건설 인수전 막판 뒤집기…10년째 '품질 경영' 드라이브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1년을 ‘역행주의자(contrarian)’로 보냈다. 올 상반기 모두가 호황이라며 ‘성장’과 ‘투자’를 외칠 때 ‘위기’를 강조하며 ‘내실’을 주문했다. 혼자 외로운 길을 걸었다. 하반기부터 유로존 위기가 현실화되자 그는 공격경영의 카드를 꺼내들며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 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현대차 미국판매법인과 딜러로부터 ‘차를 더 공급해달라’ ‘공장을 더 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자 현대·기아차로 주문이 몰려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5월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마의 10%’를 넘었다.
본사 참모진은 “이 여세를 몰아가야 한다”며 공장증설 보고서를 정 회장에게 올렸다. ‘현대차 추가증설, 공장부지 물색’이란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그러나 없던 일로 끝났다. 정 회장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단호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위기 확산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침체될 조짐을 보이자 설비증설 요구는 자취를 감췄다.
11월2일 오전 8시. 정 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장쑤성 난징시로 향했다. 기아차 중국 3공장 건설 투자협의서를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3공장은 2013년 말 착공해 2014년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정 회장이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공장증설 카드를 꺼내 든 것.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1~2년간은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지만 2014년께 다시 고도성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황 때 위기에 대비하고, 침체기에 호황을 준비하는 정몽구식 역발상 경영”이라고 했다.
정 회장이 홀로 외로운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임종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회장은 오너이자 자동차 산업의 속성과 사이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고 전문경영인”이라고 말했다.
다른 그룹의 오너들과 다르게 정 회장은 특별한 취미가 없다. 토요일에도 새벽 6시에 출근해 곳곳의 현안을 직접 챙긴다. 퇴직한 한 고위 인사는 “일밖에 모르는 분이며 그룹 내 자동차 분야의 최고전문가”라고 전했다.
정 회장 특유의 ‘뚝심 경영’은 올해도 빛을 발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건설을 놓고 현대그룹과 인수경쟁을 벌일 때 현대그룹의 승리를 점치는 쪽이 많았다. 정 회장은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선친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현대건설을 품에 안으면서 현대가(家)의 ‘적통성’을 확보했다.
10년째 밀어붙이고 있는 ‘품질경영’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돌풍이란 결실로 돌아왔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작년보다 14%가량 늘어난 650만대에 이른다. GM 폭스바겐 도요타 르노-닛산얼라인스에 이어 ‘빅5’ 자리를 굳혔다. 빅5 가운데 영업 이익률은 현대차가 유일하게 두 자릿수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특히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진 유럽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5%를 돌파하는 쾌거를 올렸다. 정 회장은 9월 유럽 현지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럽의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재계에서도 보폭을 넓혔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사회공헌 등에서도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에 한발 앞서 움직였다는 평가다. 그는 8월27일 “저소득층 젊은이들에게 교육기회, 성공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며 5000억원의 사재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본인의 이름을 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출범했다. 돈 잘 버는 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는 기업과 기업인이 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사상 최대 성과를 낸 정 회장은 이달 초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그동안 잘해왔다는 말을 듣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걸 잊지 않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지난 5월 중순. 현대차 미국판매법인과 딜러로부터 ‘차를 더 공급해달라’ ‘공장을 더 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자 현대·기아차로 주문이 몰려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5월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마의 10%’를 넘었다.
본사 참모진은 “이 여세를 몰아가야 한다”며 공장증설 보고서를 정 회장에게 올렸다. ‘현대차 추가증설, 공장부지 물색’이란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그러나 없던 일로 끝났다. 정 회장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단호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위기 확산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침체될 조짐을 보이자 설비증설 요구는 자취를 감췄다.
11월2일 오전 8시. 정 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장쑤성 난징시로 향했다. 기아차 중국 3공장 건설 투자협의서를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3공장은 2013년 말 착공해 2014년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정 회장이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공장증설 카드를 꺼내 든 것.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1~2년간은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지만 2014년께 다시 고도성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황 때 위기에 대비하고, 침체기에 호황을 준비하는 정몽구식 역발상 경영”이라고 했다.
정 회장이 홀로 외로운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임종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 회장은 오너이자 자동차 산업의 속성과 사이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최고 전문경영인”이라고 말했다.
다른 그룹의 오너들과 다르게 정 회장은 특별한 취미가 없다. 토요일에도 새벽 6시에 출근해 곳곳의 현안을 직접 챙긴다. 퇴직한 한 고위 인사는 “일밖에 모르는 분이며 그룹 내 자동차 분야의 최고전문가”라고 전했다.
정 회장 특유의 ‘뚝심 경영’은 올해도 빛을 발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현대건설을 놓고 현대그룹과 인수경쟁을 벌일 때 현대그룹의 승리를 점치는 쪽이 많았다. 정 회장은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선친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현대건설을 품에 안으면서 현대가(家)의 ‘적통성’을 확보했다.
10년째 밀어붙이고 있는 ‘품질경영’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돌풍이란 결실로 돌아왔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작년보다 14%가량 늘어난 650만대에 이른다. GM 폭스바겐 도요타 르노-닛산얼라인스에 이어 ‘빅5’ 자리를 굳혔다. 빅5 가운데 영업 이익률은 현대차가 유일하게 두 자릿수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특히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진 유럽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5%를 돌파하는 쾌거를 올렸다. 정 회장은 9월 유럽 현지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럽의 위기는 우리에게 기회”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재계에서도 보폭을 넓혔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사회공헌 등에서도 재계 맏형인 삼성그룹에 한발 앞서 움직였다는 평가다. 그는 8월27일 “저소득층 젊은이들에게 교육기회, 성공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며 5000억원의 사재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본인의 이름을 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출범했다. 돈 잘 버는 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는 기업과 기업인이 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사상 최대 성과를 낸 정 회장은 이달 초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그동안 잘해왔다는 말을 듣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걸 잊지 않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