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원준 SAP코리아 사장 "사장실 없앴더니 룸메이트 20명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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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십 경영'
“사장실을 없앤 대신 방짝(룸메이트) 20명을 얻었습니다.”
독일에 본사를 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코리아의 형원준 사장(49·사진)은 번듯한 사장실이 없다. 올초 사장실을 직원 휴게실로 내주고 자신은 임원들과 방을 나눠 쓰고 있다. 1주일마다 파트너를 바꿔 20여명의 임원과 모두 방짝을 맺었다. “방을 같이 쓰면서 업무 외 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가족애보다 진한 동료애가 생겼습니다.”
형 사장은 매주 전 직원에게 장문의 편지도 보낸다. 회사 비전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성과와 개선점 등을 솔직하게 쓴다.
직원과의 소통을 넓히는 것은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밑바탕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2008년 8월 취임 직후 “전사적자원관리(ERP) 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비즈니스 애널리틱스&테크놀로지(BA&T) 영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AP는 ERP를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여전히 ERP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SAP코리아를 단순 ERP 판매 벤더가 아닌 성장 시스템을 설계해주는 곳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사장이 나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넓힌다면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모일 것이라 판단했다.
이와 함께 BA&T를 가능케 하는 솔루션 개발에 매진했다. 국내 연구진이 주축이 돼 3년간의 프로젝트를 진행, 지난해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을 개발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서버의 메인 메모리에서 분석해 경영에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제공해주는 기술이다.
형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부터 10년간 삼성전자 경영혁신본부에서 일하며 SAP의 ERP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도 바로 그다. 1999년 삼성벤처투자로 발령을 받았지만 ‘창업투자’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삼성맨의 타이틀을 벗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공급망관리(SCM) 솔루션 업체인 i2테크놀로지에서 연락이 왔다. 8년간 부사장 사장으로 뛰면서 1%였던 국내 SCM 점유율을 7%까지 끌어올렸다. 2008년 SAP코리아 사장을 맡게 됐을 때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15년 전 삼성전자에 ERP 도입을 추진했을 때부터 저와 SAP의 인연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독일에 본사를 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코리아의 형원준 사장(49·사진)은 번듯한 사장실이 없다. 올초 사장실을 직원 휴게실로 내주고 자신은 임원들과 방을 나눠 쓰고 있다. 1주일마다 파트너를 바꿔 20여명의 임원과 모두 방짝을 맺었다. “방을 같이 쓰면서 업무 외 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가족애보다 진한 동료애가 생겼습니다.”
형 사장은 매주 전 직원에게 장문의 편지도 보낸다. 회사 비전을 공유하고, 직원들의 성과와 개선점 등을 솔직하게 쓴다.
직원과의 소통을 넓히는 것은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밑바탕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2008년 8월 취임 직후 “전사적자원관리(ERP) 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비즈니스 애널리틱스&테크놀로지(BA&T) 영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AP는 ERP를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여전히 ERP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SAP코리아를 단순 ERP 판매 벤더가 아닌 성장 시스템을 설계해주는 곳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사장이 나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넓힌다면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모일 것이라 판단했다.
이와 함께 BA&T를 가능케 하는 솔루션 개발에 매진했다. 국내 연구진이 주축이 돼 3년간의 프로젝트를 진행, 지난해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을 개발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서버의 메인 메모리에서 분석해 경영에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제공해주는 기술이다.
형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8년부터 10년간 삼성전자 경영혁신본부에서 일하며 SAP의 ERP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도 바로 그다. 1999년 삼성벤처투자로 발령을 받았지만 ‘창업투자’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삼성맨의 타이틀을 벗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공급망관리(SCM) 솔루션 업체인 i2테크놀로지에서 연락이 왔다. 8년간 부사장 사장으로 뛰면서 1%였던 국내 SCM 점유율을 7%까지 끌어올렸다. 2008년 SAP코리아 사장을 맡게 됐을 때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15년 전 삼성전자에 ERP 도입을 추진했을 때부터 저와 SAP의 인연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