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해를 기다리며…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가 밝아오는 것은 자연과 순환의 이치다. 아쉽지만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선조들이 한 해를 두고, 지난날을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마음을 새로이 가다듬었으니, 곧 송구영신의 지혜다. 2011년도 이제 1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이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송구영신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흔하게 쓰이는 사자성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 한 해도 ‘다사다난’이라는 수사로 저물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과다한 가계부채와 저성장, 경기 악화, 고용 부진, 사회 갈등이 유난히 많았고, 깊었다. 힘겨운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한 해는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새해를 기다리며,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마무리다. 붉은 노을이 곱고, 만추의 낙엽이 아름다운 것은 그 마무리가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365일 동안 마음에 두었던 아쉬움은 새로운 한 해에 대한 희망과 계획으로 채워야 한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분산돼 흘러가는 물리적인 개념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상존하는 총체적 통합체가 바로 시간이다. 과거는 기억으로서, 현재는 직관으로서, 미래는 기대로서 공존한다. 과거가 이미 흘러 지나가버린 것이 아니라 ‘기억’에 의한 또 다른 현재이고, 미래가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게 아니라 ‘기대’에 의한 또 다른 현재라면,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 해를 보내며 우리는 누구나 생각한다. 더 잘해야 했다. 더 열심히 했어야 한다. 더 신중히 했어야 한다는 후회가 남는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세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왕년에는 이러이러 했는데” 하는 사람은 ‘과거 지향적인 인생관’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오직 오늘에 충실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현재 지향적인 인생관’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과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며 소망하는 가운데 ‘미래 지향적인 인생관’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삶의 좌표가 분명해 미래와 목적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삶은 아름답다.

영국의 대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지금이 최악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지금이 최악은 아니다”고 했다. 무언가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면, 최소한 그것을 극복할 에너지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현실이 아무리 각박하더라도 꿈이 이루어진다고 믿자.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자. 어려운 일이라면 용기를 내야 한다. 아무것도 꿈꾸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용기만 있다면 모든 꿈을 이룰 수 있다. 새해에는 더 많은 꿈을 꾸자.

전현희 < 국회의원 elysiaj@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