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최대 도시인 삿포로는 지금 겨울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내년 2월6일부터 1주일간 눈축제인 ‘유키 마쓰리’가 열리기 때문이다. 삿포로 인구(185만명)를 넘는 240만여명이 찾아오는 축제다. 스키장과 온천, 식도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홋카이도로 겨울여행을 떠나 보자.

◆눈부신 설경 속으로

삿포로 시내 오도리공원은 도심을 관통한다. 2월 눈축제 땐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꽉 차지만 아직은 살포시 눈으로 덮인 채 한가하다. 지난 주말(24일)까지는 ‘뮌헨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는데, 위도(43도)가 비슷하고 맥주로 유명한 뮌헨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밤이면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이 조명을 밝힌다. 1981년부터 31년째 이어지는 행사다. 일본 대지진 이후 전력난으로 조명 수를 줄인 점이 아쉽다.

홋카이도에는 98개 스키장이 영업 중이다. 삿포로 주변에만 5개의 스키장이 있다. 홋카이도의 대표적 스키장인 기로로스노월드와 니세코히라후 스키장은 용평의 4~5배 규모다. 천연 ‘파우더 스노’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느낌은 새로운 즐거움이다.

삿포로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30분가량 달리다 좁은 산길로 들어서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노보리베쓰온천이다. 원주민인 아이누족 말로 ‘희고 뿌연 강’이라는 의미의 누푸르페츠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고쿠타니(지옥계곡) 입구에 내리면 유황냄새가 물씬 풍긴다. 전통 료칸(여관)도 꼭 경험해 볼 만하다. 야외온천에 몸을 담그면 코끝으로 전해지는 차가운 기운과 따뜻한 온천물이 심신의 피로를 걷어간다.

◆‘미슐랭 가이드’ 홋카이도 판 4월 첫선

홋카이도 미식가들도 들떠 있다. 내년 4월 세계여행 마니아와 미식가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미슐랭 가이드’ 홋카이도판이 첫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도쿄와 오사카에 이어 세 번째다. 삿포로 시내 라멘요코초 골목은 원조 ‘미소(일본 된장)라멘’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삿포로에서 오타루 운하 쪽으로 40분쯤 가다 보면 이시카리항구가 있다. 홋카이도 개척 초기 관문으로 청어와 연어잡이로 유명한 곳이다. 한가한 항구의 긴다이테이(金大亭)란 전통 일식당이 눈길을 끈다. 1880년 문을 열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목조건물과 ‘전화번호 11번’이라고 적힌 나무 문패가 이 집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9~12월은 연어철이다. 연어뱃살회가 주황색 빛깔을 드러낸다. 머리 부위와 절인 무가 조화를 이룬 샐러드, 연어피 젓갈, 연어알과 곤이구이. 간장을 살짝 얹은 간 무를 연어에 올려 한입 넣으면 130년 전통의 맛을 알게 된다.

◆귀신도 잡는다는 ‘오니고로시’

아쉬움을 남기고 오로롱라인을 따라 1시간30분가량 가면 홋카이도 최북단의 양조장이 나온다.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마시케초의 ‘구니마레 주조’다. 한 해 12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작년 일본 전역 1500여개 양조장에서 출품한 전국신주감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마시케초는 선박이 북으로 가기 전에 들러 물을 긷던 곳이어서 물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양조창고에 들어서면 시큼한 발효향이 진동한다. 연간 36만병쯤 생산하는 홋카이도의 네 번째 규모 회사다. 귀신도 잡는다는 의미의 오니고로시를 포함, 22종의 사케를 생산한다. 최고가는 1.8 한 병에 9700엔(14만원). 홋카이도에는 구니마레·고바야시 등 유서 깊은 12개의 양조장이 있다. 청어잡이 어부들이 술을 즐긴 데다 좋은 물과 쌀이 있어 술산업이 발달했다.

홋카이도에서 음식을 접하면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된다. 지역 내 최고의 식자재로 최선의 맛을 낸다는 얘기다. 2008년 도야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일식요리를 담당한 나가미치 히로시 주방장(60)은 “홋카이도에서는 ‘사계절’ 음식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며 “풍부하고 다양한 제철 식재가 최고의 맛을 낸다”고 자랑했다.

홋카이도=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 여행팁

홋카이도의 관문 신치토세공항(삿포로)까지는 대한항공이 하루 두 차례(오전 10시10분·오후 6시50분), 진에어가 한 차례(오전 9시30분) 직항편을 운항한다. 이스타항공(목·일요일 오전 8시25분)도 취항하고 있어 선택 폭이 넓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40분.

홋카이도엔 12월부터 3월까지 눈이 많이 내리고 기온도 영하 10~15까지 떨어져 방한대책을 충분히 세우는 게 좋다.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도 필요하다. 세계 3대 축제로 손꼽히는 삿포로 눈축제가 내년 2월6~12일 열린다. 홋카이도 한글 홈페이지(hokkaido.japanpr.com)와 홍보사무소인 (주)ICC(02-737-1122)를 통해 상세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